이씨는 “과거에 졸업을 미루는 선배들을 보면 굳이 저렇게까지 하면서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하지만, 졸업시점도 스펙에 들어간다는 소식에 졸업을 유예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백수’ 상태에서 취업을 준비하게 되는 것보다 ‘대졸 예정자’ 신분이 취업을 준비하는게 더 수월하다는 인식에 졸업 유예생들이 꾸준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 졸업시즌이 다가오면서 졸업이 가능한 대학생 중 취업에 성공한 대학생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졸업식에 참석해 학사모를 쓰겠지만, 취업에 실패한 이들은 졸업과 졸업유예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평가원이 500대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 채용 시 중시하는 항목을 조사한 결과 ‘최종학교 졸업시점’이 100점 만점에 19.6점으로 가장 높았다. 졸업 평점(16.2점), 전공의 직무적합성(14.7점), 출신학교(14.5점)이 그 뒤를 이었다. 어학(10.3점), 자격증(9.5점), 해외취업 및 어학연수(6.0점)는 생각보다 중요도가 떨어졌다.
지난해 도내 대학교에서 상반기·하반기 졸업 유예를 신청한 대학생들은 전주대 495명, 전북대 389명, 원광대 54명으로 나타났다.
졸업유예 학생들의 또 다른 걱정거리는 ‘돈’이다.
졸업유예를 신청하려면 대학교마다 일정금액을 납부해야 한다. 또 졸업유예기간 동안 생활비, 학원비 등의 고정비용이 발생해 부담되는 현실이다.
졸업유예를 택한 박모(28)씨는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해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하루빨리 취업이 돼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신명철 전주대학교 취업지원실 계장은 “졸업유예를 신청하는 목적은 학생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스펙 향상에 투자하고 있다”며 “졸업유예 학생들이 졸업유예기간을 취업 준비기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문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