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學, 오해와 진실
私學, 오해와 진실
  • 국방호
  • 승인 2018.02.0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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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립학교에 백 없이도 실력만 갖고 되나요?” “사립학교에 근무하면 교사의 신분은 보장되나요?” “사립학교는 이사장 맘대로 하지 않나요?” 지난 13일 본교에서 치러진 사립학교 연합 교사임용시험을 둘러보기 위해 방문한 도중등교육국장과 인사과장을 배웅하러 나왔다가 교문에서 만난 애타는 부모들로부터 받은 질문이다.

  지금은 도교육청에서 관리하는 1차 전형이 끝나고 각 법인별로 2,3차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최고 50대1, 평균 25:1이 되는 치열한 경쟁, 사범대에 진학하려면 고교성적이 상위권 안에 들어야 하고 대학 졸업 후에도 임용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의 고시학원에서 몇 년 씩 보내고도 이러한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임용고시’라는 말이 전혀 무색하지 않다.

  ‘사학에 대한 인사권 침해’와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사학도 인사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전문성을 충분히 갖춘 인재를 뽑아야 한다”는 논란 가운데 대립하다가 전공시험인 1차를 도교육청에서 주관하기로 합의하고 2014년부터 시행되었다. 올해에는 지난해 11월 25일 두 법인만 공립과 동시에 실시했고 대부분의 재단은 1월 13일 사학공동전형에 참여했다.

  1차에서 7배수를 뽑아 지원학교에 전달하면 실증수업과 면접을 실시하여 3배수로 압축한 후 법인에서 최종 선발하는 과정을 거친다. 본교에서도 3과목에 걸쳐 4명의 교사를 선발하고 있다. 선발의 원칙은 국가와 사회를 책임질 인재육성을 위한 전문성과 인성을 가진 최고의 교사를 뽑는 것이다. 핵심은 공정성을 위한 절차의 투명성이다.

  마침 1차 전형이 본교에서 치러져 감독관 회의에서 인사말을 했다. “우리사회의 교육열이 얼마나 뜨거우며 또한 시험을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가를 잊지 맙시다.” 수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고사관리의 중요성과 임용지원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2차는 지원자가 보는 앞에서 교재를 펴 한 시간 동안 지도안을 작성하고 추첨에 의해 순서를 정한 다음 보안을 위해 전날 늦게야 통보된 5명의 심사위원들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15분간의 수업시연과 질문을 받고 면접장에 들어선다. 젊음과 패기가 솟구친다. 다 뽑고 싶다. 그러나 자리가 한정되어 우열을 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교사를 지원한 목적부터 교과의 전문성, 문제발생 시 대처능력, 가치관 등 답변에 따라 돌발적인 질문도 따르고 교사로서 사회적인 책무도 곁들여진다.

  3명으로 압축된 후보들이 법인으로 올라갔다. 전문성이나 인격 면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모두 갖추었다. 합격하면 기쁘고 떨어지면 실망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합격해도 매순간 긴장하면서 많은 교직원과의 갈등을 이겨내야 하고 구진일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며 적응 못하는 학생들과 씨름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을 평생 감내해야 한다.

  사립학교, 한 학교에서만 30년 이상을 이동도 않고 근무하였으니 얼마나 지루하고 같은 구성원 내 갈등도 얼마나 많았을까.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옮기지 않고 한 곳에 있으니 얼마나 안정적이고 휴일을 제외하고는 항시 만나는 동료들과 한 식구같이 얼마나 다정하게 지냈을까.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가르친 은사가 같은 학교에 있으니 매년 찾아오는 제자들, 오래 근무하다 보니 내 학교라는 개념이 생겨 직장에 대한 애착도 강하다.

  나라가 재정이 어려워 학교를 세우지 못할 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사재를 털어 국가교육을 대신했던 사학, 교사채용의 투명성을 내보임으로써 공무원과 같은 지위를 누리며 소명을 다하는 교사들에게 더욱 그 열정은 배가될 것이다. 사학의 구성원 모두가 긍지와 사명으로 더욱 빛을 발할 때다.

 국방호(전주영생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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