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늙는가?(2)
인간은 왜 늙는가?(2)
  • 최정호
  • 승인 2018.02.0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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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그것이 일어나는 다양한 방식, 즉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살펴볼 수 있고, 또 그것이 발생하는 이유를 알고자 한다. 노화가 진행되는 과정은 누구나 알고 있다. 태어나서, 성장하고, 병들고, 늙고,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누구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하며, 새롭게 태어나는 아이들과 어린이들을 보아왔기 때문에 우리는 늙어가면서 피부는 어떻게 늘어지고, 창백해지며, 얼굴은 어떤 형태로 세월의 흔적을 남기는지 기억하고 또 생생하게 자신의 몸에서 직접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시간의 폭력을 아무도 이길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의학적으로 설명하는 여러 가지 모델이 있다. 1)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축적된 결과 2)산소의 자유라디칼에 의한 손상의 누적, 3)면역기능의 저하, 4)호르몬의 변화, 5)신경내분비의 변화, 등등 수십, 수백 가지의 노화 현상에 대한 설명 모델은 노화가 진행되는 과정에 대한 모든 과학적 설명 양식이다. 세포 수준에서부터, 조직, 장기에 이르기까지, 또 자유라디칼과 같은 분자 수준에서부터, 호르몬, 면역세포까지 아우르는 물리 화학적 과정까지 우리는 여러 분야에서 그 과정과 변화의 양태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또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 각각의 설명모델은 그 과정에 대한 연과조건을 충족할 수 있지만 아직 이와 같은 변화를 총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이론은 없다. 이러한 설명은 생명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에 불과하다. 즉 현재의 우리의 과학 수준에서 파악되는 단편적인 생명의 에피소드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왜? 이런 노화가 인간에게 발생하는가? 라는 질문은 노화의 양상이 생명체마다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한 노화와 죽음이 생명체에게 발생하는 근본 이유에 대한 의문을 의미한다. 우리는 어떤 사물이든지 오래되면 닳고, 무뎌지고, 색이 바래는 것을 경험해왔기 때문에 ‘노화’가 이러한 사물의 낡아가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관찰되는 모든 사물들은 낡고, 닳아지지 않는가? 우리는 이를 열역학 제2법칙 즉 엔트로피 법칙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즉 우주의 모든 물질은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하므로 인간도 결국 극한의 무질서 상태인 분자, 원자로 분해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억지스럽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을 매일 보지만 과학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감각에 들어오고 이해되는 방식과 다르게 우주의 작동이 다름을 알게 되었지 않은가? 생명현상도 마찬가지이다. 근본적인 의문은 왜 생명체가 노화와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는가이다. 자기 복제자인 DNA는 생식세포에 의한 분열과 전달로 영생하지 않는가? 종의 변화가 확인되고 생명체가 진화의 수레바퀴를 돌려 오늘에 도착했다면 대부분 생명체는 왜 영생을 획득하지 못했는가가 오히려 의문으로 남는다. 실제로 영생에 가까운 삶을 누리는 생명체가 지구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짧은 수명의 생명체에 대한 원인을 찾아 나선다. 몇 가지 그럴듯한 가설을 소개한다. 조지 윌리엄스라는 탁월한 생물학자는 길항적 다면 발현설(1957년)을 주장하였는데 이는 어떤 형질이 성장기에는 유익한 영향을 주지만 번식이 끝나고 노년기에는 나쁜 영향을 주는 유전자 때문에 노화가 발생한다는 가설이다. 예를 들면 칼슘대사를 변화시켜 뼈를 빨리 굳게 하는 유전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유전자는 어린 개체를 빨리 성장시키는 데는 이로움을 주지만 노년기에는 혈관에 쌓이는 칼슘으로 동맥경화를 일으켜 불이익을 준다. 즉 같은 유전자가 초년의 번식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자연선택은 노년에 치명적인 이 유전자를 제거할 기회를 가지 못하는 (이미 번식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주었음)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 최근의 유력한 가설은 일회용 체세포 가설(Disposable soma)이다. 이 가설의 골자는 노화 현상의 핵심은 생명체가 가용자원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일회용 체세포(DNA의 입장에서는)의 손상과 수리비용의 배분문제라는 것이다. 복구 기능은 성장과 번식을 위해 쓰일 시간과 자원을 이용한다. 이 때문에 유전자는 신체가 경험하는 모든 손상을 복구하는 데 사용하지 않는다. 둘을 비교해보면, 길항적 다면발현 가설에서는 번식에 유용한 유전자가 노년기에 노화를 발생시키지만, 일회용 체세포 가설에서는 체세포 복구가 발생하는 이른 시기부터 노화가 시작된다. 이 가설들은 생명체가 충분히 영생을 기획할 수 있었을 텐데, 개체들이 상대적으로 짧은 수명을 기획한 이유에 대한 과학적 추측이다. 이러한 추론으로부터 노화는 오래된 진화의 적응기제로 유전자에 이미 프로그래밍된 수정이 극히 어려운 과정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오래된 영생의 꿈은 노화에 대한 마법사의 특효약을 인류역사의 모든 시기에 출현시킨다. 현재에도 지속하는 불로장생의 희망은 의학, 약학, 식품학의 마르지 않는 생명의 원천이다.

 최정호<최정호 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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