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안문석 교수 ‘외교의 거장들’
전북대 안문석 교수 ‘외교의 거장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1.3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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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두고 여야는 설전을 펼쳤다. 야당은 굴욕적인 사대외교라고 폄하하고, 여당은 최고의 정상외교라고 평가한 것이다. 어느 진영의 말이 정확한 평가인지 여러 의견이 갈라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모름지기 외교란 한 나라의 국익을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특히 강대국에 둘러싸인 작은 나라는 외교가 중요할 터인데, 대한민국에서 외교가 갖는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안문석 교수가 외교의 관점에서 세계 역사를 관찰했을 때 시대별로 빛나는 별에 해당하는 인물들을 골라 그들의 외교에 얽힌 삶을 조명했다.

 새 책 ‘외교의 거장들: 한국 외교의 길을 묻다(인물과사상사·1만6,000원)’에서 별들의 외교에 대한 이념, 활동, 성과, 그러한 성과들이 나올 수 있게 된 배경 등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는 것.

 19세기 초에 활약한 오스트리아 총리 클레멘스 폰 메테르니히부터 20세기 말 독일통일을 이룬 한스디트리히 겐셔까지 외교사에 두드러진 족적을 담긴 10명을 선정해 이들의 구체적인 활동상을 다루고 있다.

 메테르니히는 나폴레옹전쟁을 정리하기 위해 열린 빈 회의의 의장으로 유럽 수십 개국의 이해를 능숙하게 조율해내는 솜씨를 발휘한 인물이다. 그는 프랑스혁명 세력과 나폴레옹을 세력균형의 파괴자로 보고, 프랑스에 대항하는 연합전선을 형성해 유럽의 질서를 회복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오스트리아 생존을 고민한 지점에서 자국의 국가이익을 실현하고자 한 외교관의 역할로는 호평을 받을만한 일이다. 그러나 메테르니히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엇갈린다. 철저한 보수주의자로 역사의 자유주의적인 진보를 막은 장본인이라고 혹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그는 언론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고, 비밀경찰을 통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했다.

 중국의 총리 저우언라이는 미국과 소련 중심의 세계 질서에 비판을 제기해 비동맹세력의 결집을 이뤄내는 데 기여하고, 또 한편으로는 중국과 미국의 관계도 개선해 새로운 국제질서를 형성하는 데 공헌했다. 그는 뛰어난 친화력으로 미·중 실무급 회담을 네 차례나 가졌으며, 이를 통해 비밀채널을 만들었다. 이 채널은 이후 15년간 미·중 사이 중요한 소통 창구로 활용됐다.

한스디트리히 겐셔는 독일의 통일 전과 후를 합쳐 18년 동안 외교장관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세계 질서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해 동서독의 통일문제를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미국과 소련을 설득해 독일의 통일을 이루는 데 누구보다 큰 역할을 했다. 때문에 지금도 독일통일의 설계사, 통독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 밖에도 전략적 협상의 대가 로버트 스튜어트 캐슬레이, 동양의 비스마르크 이홍장, 국제연맹의 창업자 우드로 윌슨, 제2차 세계대전 승전의 총지휘자 윈스턴 처칠 등 세계 외교사의 중대한 변곡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들을 불러내고 있다.

 안문석 교수는 머리말을 통해 “역사에 대한 천착은 외교 전략 싸움에서 꼭 필요한 것이다. 특히 모든게 부족한 작은 나라는 역사에서 배우고 얻지 못하면, 정보와 무한 자원으로 무장한 강대국 앞에 발가벗은 채 설 수 밖에 없다”면서 “10명의 거장이 펼치는 외교 전략이 지금 우리의 외교에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진안 출생으로 부산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KBS에 기자로 입사해 정치부 외교안보데스크로 외교·안보·북한 문제를 총괄했다. KBS재직 중 영국으로 유학해 요크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워릭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를 받았다. 한반도 문제와 국제정치를 깊이 파고 싶다는 생각으로 2012년부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국제정치를 가르치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국제질서가 주요 관심사로, 현재는 미국 조지타운대학에서 객원교수로 한미동맹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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