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호남정치의 숙명
전북, 호남정치의 숙명
  • 조배숙
  • 승인 2018.01.28 15: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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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호남이 정치권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전북과 호남의 선택으로 탄생했던 국민의당의 진로와 관련이 깊다.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며 당이 두 동강 났다. 가장 큰 이유는 정체성 차이다.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은 그 태생과 뿌리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다. 이른바 통합파는 햇볕정책마저 폐기한 채 밀어붙이기식 통합을 강행하고 있다.

 전북과 호남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길이다. 호남 발 개혁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

 다시금 정치권엔 호남당 논쟁이 불붙을 조짐이다. 신당에 참여하는 현역 의원 대부분 호남출신인 까닭이다.

 늘 그랬듯 호남정치세력이 뭉치면 거두절미하고 호남당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평가절하하려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영남당이라는 말은 찾아볼 수 없다. 호남 중진은 있어도 영남 중진은 없다.

 “우리가 남이가”는 괜찮고 “우리는 하나다”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본다.

 왜일까? 영남패권세력이 만들어온 프레임이다. 호남을 볼모로 정치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유지해온 억지 논리다.

 호남은 비단 지역으로서의 호남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불의에 맞서 싸운 저항의 고장이다. 사회적폐를 타파하는데 앞장서온 개혁의 상징이다.

 비록 미완의 혁명으로 그쳤으나 근대의 문을 연 동학농민혁명이 그랬고, 민주화의 길을 낸 5·18민주화운동이 그랬다.

 87년 6월 민주항쟁 역시 5·18민주화운동으로 시작된 호남의 저항정신이 일궈낸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6월 민주항쟁은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개혁을 이뤄낼 다시없는 기회였다.

 그러나 호남 고립을 통한 영남패권세력의 승리로 기회는 봉쇄됐다. 이어진 3당 야합으로 수구보수세력은 정권연장에 성공했지만 그만큼 호남고립화는 심화하였다. 영남패권세력의 제물은 늘 호남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촛불시민혁명으로 민주정부가 복원되었다. 촛불시민혁명은 정치권에 적폐청산과 개혁의 완수를 명령했다. 국민의 명령은 무엇보다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에 달렸다.

 개혁신당은 촛불시민혁명의 뜻을 받들어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다. 왜냐면, 다당제의 완전한 정착을 위해서는 제도적 완비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이런 전제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과거 3당 야합으로 영남패권세력이 정권연장을 꾀했듯, 영남패권을 복원하려는 시도다.

 이는 87년 6월 민주항쟁의 성과가 3당 야합으로 물거품 되었듯 촛불시민혁명의 완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것이다.

 전북과 호남은 지난 총선에서 다당제 기틀을 세워주셨다. 거대 양당의 패권정치를 청산하고 협치를 통한 합의민주주의를 실현하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다당제는 정치양극화를 극복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출구이자 지름길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다당제가 아닌 양당제로의 회귀다. 당은 설사 다를지라도 자유한국당의 2중대나 거수기 노릇을 하게 되면 그게 그거다.

 평화를 이야기할 지금, 거꾸로 안보불안을 조장하며 대북강경노선을 주장하는 등 일치된 정치적 노선을 보이고 있다.

 당만 다를 뿐 냉전적 수구보수의 DNA는 다르지 않다는 증거다. 개혁신당은 다당제 완성에 명운이 달렸다.

 이는 곧 전북과 호남이 지난 총선에서 선택하여 만들어주신 다당제의 기틀을 지키는 일이다.

 다시 전북과 호남에서 그 길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전북, 호남정치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고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두렵다고 주저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고 말씀하셨다.

 호남당이라는 굴레가 두려웠다면 신당 창당은 없었을지 모른다. 전북과 호남이 역사 속에서 보여주고 실천해온 개혁 정신이야말로 우리가 신당 창당에 나선 힘이다.

 전북과 호남의 가치는 호남정치인이라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숙명이다.

 조배숙<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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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천년 2018-01-29 17:09:18
좋은글입니다. 그렇습니다. 또하나 광주학생운동도있었지요 정말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