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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의 수렁에서 벗어나야 교육이 산다
김동원 전북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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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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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는 작년 11월 말에 2015년부터 추진되었던 ‘대학구조개혁평가’ 방식을 버리고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평가와 보상(재정지원)’이라는 효율 중심의 신자유주의식 대학 통제 전략을 수정한 것은 일견 주목할 만하다. 평가 대신 진단과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부적인 사항을 들여다보면, 취업률, 충원율 등 독소적인 대학평가 지표가 여전히 진단 항목에 들어있다. 그런데 대학 개혁이 평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다이안 래비치 등의 교육학자에 의해 규명된 지 이미 오래다. 대부분 평가지표는 평가 대상을 부분적이거나 왜곡하여 보여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대학의 자치능력을 제한하고, 체력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평가의 수렁에서 벗어나야 교육이 살아나고 대학이 산다.

 우선, 대학 진단은 현 상황에 대한 문제점 분석과 원인 규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진단은 문제점을 분석하여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핵심이지, 취업률과 같은 결과나 성과에 대한 평가를 의미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대학 졸업생 취업률이 낮은 것은 현재의 문제점이고, 이러한 문제를 수반하게 된 원인을 해당 대학이 처한 사회환경과 더불어 대학교육의 체계나 교육 과정과 교수법 등에서 찾아야 한다. 마치 병원에서 진단이라 함은 암이나, 바이러스, 세균 등, 병의 근본 원인을 밝히는 것과 같다. 따라서 평가보다는 원인이 되는 부분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지원책이나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대학의 핵심 가치인 교육과 연구, 두 영역의 문제점과 원인분석을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 우선순위이다.

 교수를 줄세우는 상대평가의 허상에서 하루바삐 벗어나야 한다. 따지고 보면 지난 정부들에 의해 추진된 대학의 성과연봉제는 교수 평가제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전공과 배경을 갖는 교수들을 일렬로 세워 상대 평가하겠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다. 평가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대상으로 하여, 대체적인 성향이나 정도를 파악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 그것도 세부 분야별로 정교한 평가 기준이 선행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교수 업적 자료 등은 성과연봉제에 활용할 것이 아니라 우수한 교수를 확보하고 연구 후속세대를 육성하는 등 교육과 연구의 진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불합리한 이론적 근거로 마련된 상대평가 제도를, 교수 개인 가정의 생명선이나 다름없는 급여(연봉)와 연계시키는 것은 교수사회의 불신과 갈등을 야기하는 근원이다.

 학업성적의 상대평가는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마비시키고, 창의적인 교수법의 도입을 방해한다. 교수들이 교실에서 행하는 수업은 기본적으로 학생들과 협력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학업성적의 상대평가는 학생들로 하여금 평가결과(성적)에 집착하게 하여, 서로 협력하고 개방하는 태도를 크게 위축시킨다. 당연히 팀 활동 위주로 전개되는 문제중심의 교수법(PBL:Project Based Learning)이나 거꾸로 학습법(FL: Flipped Learning) 등, 창의성을 제고하는 교수법의 도입을 방해한다. 따라서 현재처럼 기본적으로 상대평가를 수행하고, 특별한 경우에 절대평가를 수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절대평가를 기본으로 하고, 일부 특수한 때에만, 그것도 담당 교수의 재량에 따라 상대평가를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평가에 따른 재정지원이라는 기존의 틀을 버리고, 대학의 자치와 자율을 보장하는 데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의 운영이 민주적인 절차와 제도에 따르도록 대학 자치를 보장하고, 교육과 연구의 주요 전략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문제점과 원인 분석 등 대학에 대한 진단도 최소한의 외부 전문가 진단을 제외하고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 아울러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은 대폭 늘리되, 총액방식으로 하고, 세부 내역, 즉, 시설비, 자산취득비, 인건비, 운영비 등의 구분을 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학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교육의 다양성 확보와 더불어 창의적인 교육과 연구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

 교육부와 대학은 이제 평가의 수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난해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대한 설문에 응답한 교수의 75% 이상이 평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을 주목해야 한다. 4년 동안 세계 7개 도시를 이동하며, 온라인 수업과 실험적 교육을 실시하는 미네르바 대학을 보라. 이 대학을 기존의 방식으로 평가하고 단정할 수는 없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빠른 고기가 느린 고기를 잡아먹는 시대라고 한다. 당연히 크기보다는 속도가 중요한 시대이다. 그러나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향, 즉 비전과 전략이다. 대학 내·외부의 평가는 미니멀리즘을 지향해야 하고, 교육과 연구를 중심으로 진단과 지원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아울러 대학 지원의 기본 전략은 자치와 자율을 지향해야 한다. 더 빨라진 혁신의 시대는 더 대담한 전략을 필요로 한다. 다행히 새 정부들어 교육부가 대학의 자율을 강조하고, 대학 줄세우기 정책에서 탈피하겠다고 밝혔으니 지켜볼 일이다.

 김동원<전북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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