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인가 신기술인가
버블인가 신기술인가
  • 소성모
  • 승인 2018.01.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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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천재과학자인 ‘아이작 뉴턴’,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 ‘존 M. 케인즈’, 미국 경제학의 아버지 ‘어빙 피셔’, 이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이름 앞에 천재 또는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은 공통점이 있지만 또 다른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는 건 많은 사람이 잘 모를 것이다.

 뉴턴은 당시 영국의 남해회사(South Sea)의 주식에 투자하였다가 돈을 잃고 곤란에 빠진 적이 있고, 케인즈는 주식에 실패하여 자신이 운영을 맡은 대학교의 재정을 어려움에 빠트렸었다. 피셔 또한 미국 대공항에 앞서 장밋빛 미래를 확신했다가 본인의 전 재산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돈까지 날려 곤궁하게 살았었다고 한다. 이들 모두 주식시장이 버블일 때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것이다.

 버블이란 문자 그대로 거품처럼 가격이 치솟다가 하루아침에 가치가 폭락하는 것을 말한다. 생각보다 버블의 역사는 오래되었고 자주 반복되었다.

 기원전 2세기의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농장이나 노예, 말 등에 대한 투기가 열풍을 불었다고 한다.

 16세기 중엽, 터키에서 건너온 튤립이 꽃에 대한 네덜란드인들의 강한 애착과 결합하여 강력한 투기의 대상이 되었다. 튤립 뿌리에 대한 투자는 그 값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게 했고, 당시의 구두장수, 빵가게 주인, 농사꾼 할 것 없이 투자에 뛰어들게 했다. 그 가격이 무려 당시 1년 평균 생활비의 10배 수준까지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반년도 되지 않아 시장이 붕괴하였고, 가난한 서민들이 투기하였던 튤립의 가격은 회복되지 않았다.

 17세기 후반, 금융혁명으로 등장한 영국의 증권시장에서 보물인양 붐을 타고 설립된 남해회사의 주식이 유행하면서 이내 광풍에 휩쓸리게 된다. 당시 기준으로 주가가 6개월간 10배가 올랐다고 한다. 오죽하면 천재과학자인 뉴턴도 투자하게 되었을까? 이 역시 많은 이들, 특히 소시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끼치고 파국을 맞이하였다.

 1845년, 당시 영국 정부는 자유방임주의를 배경삼아 철도건설 인가를 남발한다. 이에 영국인들은 철도 혁명에 대한 장밋빛 미래에 사로잡혀 철도회사에 무차별적인 투자를 하였다. 3개월 만에 레일 값은 3배가 뛰었고, 50개가 넘는 철도회사가 신설되었으며, 열흘 동안 40개의 철도건설 계획이 공표될 지경이었다. 결국 철도버블은 당시 영국 국민총생산의 절반과 맞먹는 규모의 시가총액을 감소시키면서 화려한 막을 내렸다.

 1925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이자율을 낮춤으로써 증시호황이 촉발되었고, 투자한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또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마진론과 경제에 대한 낙관적 기대를 통해 주식 투자가 극에 달하게 된다. 이후 5년 동안 다우지수는 500% 급등하였고, 이른바 ‘묻지마 투자’가 나타났다. 그러나 다우존스지수가 최고점을 기록한 다음날 증시가 붕괴하면서 경제공황이 시작되었다.

 1980년대 일본은 경제호황을 겪게 된다. 기업들은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했고 땅값과 주가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 일본인들이 ‘바부르’라고 부르는 일본의 버블경제는 시종일관 부동산버블이었다. 1956년~1986년 사이 50배 이상 치솟았다. 그러나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강세에 따른 불황이 덮치면서, 그 후유증으로 ‘잃어버린 20년’을 겪어야 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1990년대 후반에 불어 닥친 인터넷 열풍으로 IT기반 사업에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이 역시, 2000년대 초반 그 거품이 터져 많은 사람들이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버블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버블 이후 새로운 경영기법과 비즈니스 모델이 출연한 건 사실이다. 튤립버블을 겪었던 네덜란드는 세계 최고의 화훼산업 경쟁력을 갖게 되었고, 영국의 철도버블은 추후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할 기회가 되었다. 또 주식버블과 부동산버블을 통해 파생상품과 옵션 등 새로운 투자기법이 개발되기도 하였다.

 요즈음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화제다. 한국에서만 투자한 사람이 350만명이 넘었고 이 중 70%가 10~30대 젊은 층이라고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40%를 상위 0.002%, 약 1천명이 독점하고 있고 중국 코인 채굴기업이 95%를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

 사실 가상화폐는 볼록체인 기술의 일부분이다. 볼록체인이란 모든 거래자의 전체 거래장부를 공유 및 대조하여 거래를 안전하게 만드는 차세대 보안기술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 하나라 말할 수 있다. 가상화폐는 이 볼록체인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수수료로 정부에서 발행하는 일반 화폐와 달리 처음 고안한 사람이 정한 규칙에 따라 가치가 매겨지며, 정부가 가치나 지급을 보장하지 않는다. 또한 거래의 비밀성 때문에 마약 거래나 도박 등 반사회적 거래에 악용될 수 있다. 현재 이러한 가상화폐로는 비트코인 외에도 이더리움, 리플, 비트코인캐시 등 그 종류만 해도 1,50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상화폐가 만져보지도 못한 튤립 뿌리처럼 신기루가 되어 사라질지 아니면,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서 우리사회에 기여를 이룰 수 있을지는 우리가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하는지에 달렸다. 정부당국과 연구단체 그리고 금융기관을 비롯한 관련 기관들이 합심하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중요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소성모<농협중앙회 상호금융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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