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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廉恥)에 대하여
이해숙 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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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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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의 신사들이 에티켓, 즉 예의라는 ‘공감된 행동’을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항목으로 여겨왔을 때, 지구의 정 반대쪽에 사는 조선의 선비들은 신독(愼獨)을 바탕으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 즉 염치를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가치로 여겨왔다.

 예의가 상대에 대한 배려에 기반을 둔 서양 사람들의 외향적 관계유지 방식이라면, 우리의 ‘염치’는 자기 내부에서 일어난 감정의 상태를 스스로 검열함으로, 자신의 이해 조절과정을 통해 공동의 이해를 가진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잘못 또는 실수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어느 상황이든 일어날 수 있는 인간 사회의 상수 영역이다. 그렇지만 그것들이 스스로 문제로 전달되는 그 순간에,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게 되는 긍정적인 자기 검열, 즉 염치는 일종의 완성된 면역체계의 보호 기제처럼 우리에게 요구된 셈이다.

 지난 2015년의 12월, 참으로 추웠던 겨울이 있었다.

 극에 달했던 새정치연합의 당내 혼란이 안철수와 그 무리들의 철수로 마무리되었고, 호남은 그야말로 일대 혼란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호남을 소외시킨 문재인을 심판하고 DJ정신을 계승함으로 호남정치를 부활하고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며, 그 선봉장에 안철수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는 새로운 정치 질서를 세울 적임자라고 했다. 그리고 호남은 흔들렸다.

 지난주 그 무리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2년 전의 그때처럼 시끄러웠다.

 그들에게 새로운 정치를 선보이겠다던 그들의 선봉, 안철수를 성토하는 자리였고, 그들끼리 새로운 무리를 지어야 하는 쓸쓸한 자리였다. 쏟아지는 거친 언어들이 그들의 절박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했다.

 그 모습들이 안타까워 보인 건 그들의 모습 속에서 ‘염치’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민주당으로 되돌아오는 사람들도 매한가지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과정에서, 지난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그렇게 민주당과 문재인을 헐뜯던 사람들이, 그것도 공인된 모습으로 공공연하게 비난을 일삼던 사람들이 원래부터 민주당이었던 것처럼, 민주당 앞에 줄을 서고 있다.

 그들의 모습 속에서도 ‘염치’는 보이지 않는다.

 이념도 원칙도 없이 제 맘대로 합당을 준비하는 모습이나, 문재인 정부를 향한 홍준표식 생떼를 부리는 안철수나 그 안철수를 성토하는 사람들, 자신이 욕했던 시절은 잊고 민주당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에서 큰 차이를 발견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들은 모두 염치가 없다.

 그들이 이 땅에서 우리의 마음을 얻어 우리와 함께 살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머리를 조아려 미안함을 전해야 한다.

 가슴에서 시작되는 차고 넘치는 부끄러움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옳은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한 공간에서 함께 살아갈 사람들을 향해 내미는 손짓이며 함께 살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인 것이다.

 그들에게서 염치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그들이 ‘우리가 또 쉽게 잊고, 그들에게 마음을 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으며, 그들에게는 아직도 시간이 충분하다고 느끼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들이 분명하게 깨달을 시간을 가질 것이며, 그들이 염치를 가져야 할 마땅한 이유를 찾았을 그때, 그때는 우리들의 마음이 얼마나 싸늘하게 식었는지를 비로소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해숙<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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