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받지 못한 것을 키우는 것이 국립기관의 역할”
“선택받지 못한 것을 키우는 것이 국립기관의 역할”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1.22 1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전주박물관 김승희 관장 신년 인터뷰
 “과거에는 문화정책의 화두가 선택과 집중에 있었다면, 현재는 문화의 다양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북은 이러한 지점에 있어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백제에서부터 조선왕실, 소리, 선비문화, 한지, 공예, 완판본까지 다양한 컨텐츠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22일 국립전주박물관 김승희 관장은 “선택받지 못한 것을 키우는 것이 국립기관의 역할”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은 바꿔말하면 선택받지 못한 컨텐츠는 사장될 수 밖에 없다고도 해석될 수 있는 법이다. 때문에 김 관장은 잠재적인 미래가치를 판단하고, 보존·보관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는 국립기관의 본연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늘 해왔다.

 김 관장은 “보이지 않는 미래 자산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지금 조명하지 못한다면 사라져 버릴 것부터 신경을 써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현재 잘되고 있는 것보다는 안되고 있는 것, 무시되고 있는 것, 수면 아래 있는 것을 끄집어내 보여주는 역할을 해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립전주박물관은 올해 조선 선비문화에 대해서 인문, 서사문화 조사와 연구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우선,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주요 유물과 연관된 인물을 발굴하고 스토리텔링을 진행한다. 넓게는 호남지역의 선비문화와 관련된 콘텐츠를 개발하고 확장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또 영남의 선비문화와 비교해나간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반영해 단행본을 발간하고 학술대회도 개최하며,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역사실을 서사문화 공간으로 특화한다는 복안이다.

 김 관장은 “1천 여명의 지식인들이 죽어나간 정여립 모반사건 이후 반역의 땅이라는 오명을 쓰게된 호남에 선비문화는 아예 싹틀 수 없는 분위기였다”면서 “수면 아래에 있다보니 선택에서 항상 누락 되어온 호남의 선비문화의 특성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관장은 “호남이 가진 선비문화는 바로 저항정신”이라고 정의했다.

 더불어 올해 기획전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쇠·철·강-철의 문화사’를 포함해 총 4개의 전시를 선보인다.

 김 관장은 “지난해 여러 기획전과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전주 시민과 전북 도민들의 교양 수준에 깜작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와 연계해 진행한 기획전 ‘선인들이 즐겨 쓴 중국 글씨’의 경우 전문성과 무게감이 남다른 어려운 전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일일 평균 관람객이 500여 명(조선왕릉전의 경우 300여 명)이나 돼 놀라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람객들의 역사문화적 소양과 수준이 깊다보니 전시를 구성할 때나 외부 강연자를 섭외할 때도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4월에는 ‘전북의 가야’ 특별전을 통해 전북의 가야 관련 연구 성과를 종합하고, 6월에는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어보(御寶)’ 특집전을 개최한다. 전라도 정도 1000년과 고려 건국 1100년을 맞은 맞아 특별전 ‘고려청자’를 개최해 전북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 관장은 “상반기에는 전북과 영남에 있는 가야 문화의 동질성과 교류의 흔적을 보여주는 ‘전북의 가야’전을 통해 보다 확장성 있는 내용으로 구성할 계획이다”면서 “하반기에 선보이는 ‘고려청자’전은 그야말로 청자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시간으로 중국과 일본의 관심까지도 불러일으키는 대규모 전시가 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이 밖에도 지역민과 소통하는 박물관을 지향하며 다양한 문화축제와 행사를 병행한다. 어린이와 가족, 문화 접근성이 낮은 세대 등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또한 박물관 내 관람객 편의시설을 확충해 관람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연말에는 자투리 예산을 모아 박물관 입구에 ‘삼석정’이라는 정자를 세웠다. 박물관 주차장을 개방하고 있어 카풀을 하는 도민들이 많은데, 이들이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내어주기 위함이었다.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전시와 사업 등에 여러 예산을 쏟고 있습니다. 결국 그 예산은 박물관을 방문하는 분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올해도 관람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전시와 프로그램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전북 도민들이 박물관을 자주 찾아올 수 있도록 매력적인 공간을 만드는데 힘쓰겠습니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