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중·고교 우선 배정 ‘빛 좋은 개살구‘
다자녀 중·고교 우선 배정 ‘빛 좋은 개살구‘
  • 김혜지 기자
  • 승인 2018.01.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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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올해 고등학교에 가는데 첫째와 셋째가 학군별(초·중·고)로 고루 재학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우선 배정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1지망에서 탈락되면 멀리 떨어진 학교로 배정될까봐 걱정이 많습니다.”

자녀 셋을 둔 학부모 강희연(48·군산) 씨는 다자녀 가정임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의 학교 선배정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됐다.

강씨의 경우 우선 배정 대상인 것 같지만 ‘세명의 자녀가 각각 초중고에 재학중이어야 한다’는 또 다른 규제로 인해 선배정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이같은 우선 배정 혜택은 저출산에 따른 학령 인구 감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도입 취지 마저 무색케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현재의 다자녀 우선 배정 규정은 빛 좋은 개살구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북도교육청은 최근 고교추첨제를 실시해 다자녀 가정 자녀들을 비롯한 우선 배정 대상자를 희망 학교로 배정했다.

다자녀 가정 선배정 자격 기준은 3자녀 이상이고 지난 2013년 10월 31일 기준 재학 중학교 및 거주지가 모두 지원 학군 내에 있어야 하며 형제나 자매가 모두 초중고에 재학중이어야 한다.

이 조건대로라면 다자녀 가정이어도 대학생이나 유치원생 자녀가 있으면 우선 배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역차별을 받게 된다.

문제는 정확한 실태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채 이같은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교육청은 “다자녀 가정 현황을 매년 파악하지는 않지만 무조건 다자녀 가정을 우선 배정한다면 특정 학교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일종의 조건을 내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당국이 형평성을 이유로 정확한 실태 파악 없이 다자녀 가정에 또 다른 불이익을 주고 있는 점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도내 지역에서 다자녀 가정 우선 배정으로 특정 학교 쏠림 현상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익산 1곳, 올해는 전주 1곳 등에 불과했다. 해당 학교들은 전체 선발 인원 중 우선 배정된 다자녀 가정 학생이 2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매년 특정 학교에 몰리는 현상이 드물뿐더러 계속 감소하는 학령 인구를 감안했을 때 도교육청의 이같은 규제는 폐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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