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공무원을 떠나보내는 마음
동료 공무원을 떠나보내는 마음
  • 김철모
  • 승인 2018.01.10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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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직 업무에만 전념 없던 그 정열 어디다 두고 정녕 가시렵니까? 엊그제까지 성성했던 그 업무 추진력 어떻게 하고 떠나려 하십니까? 그 많은 날 중 무엇이 그리 급해 이 찬 겨울에 우리의 마음에 심어 놓았던 그 정 남겨놓고 서둘러 가시렵니까? 땀과 혼이 깃든 책상이며 사무실 곳곳의 흔적들, 주인 잃은 의자는 어떻게 하라고 돌아오지 않으십니까? 님은 정녕 떠나시렵니까?


 이제 그동안 가슴에 묻어 놓았던 무거운 짐 모든 시름 다 내려놓고 평안한 마음으로 떠나가소서. 하나님 품으로 가시어 남은 가족을 위해 기도하여 주소서, 님을 기억하며 님을 사무치게 사모하며 잘 살아 갈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저 세상에서는 다시는 아프지 마시고 마음에 상처 없이 건강하게 살아 가소서. 故 이용연 국장님! 님이 떠나는 오늘 새벽달은 유난히 밝고 커보였습니다. 정말 보고 싶습니다. 부디 영면하소서.

 지난 1월 3일 한 동료를 보내면서 고인의 영정 앞에 바쳤던 弔詩 ‘님은 정녕 가시렵니까?’ 의 일부이다.

 직장에서 동고동락했던 동료가 훌쩍 떠났을 때 그 충격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사람이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갈 수 있을까, 휴일임에도 내년 예산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고 귀가 길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 2주 만에 세상을 등지고 떠나갔다.

 평소 지병이 없고 건강한 체질이었던 고인은 술좌석에서도 업무이야기를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고 쓰러져 사경을 헤매면서도 사무실 일을 걱정했던 그였다.

 고인과 만난 것은 지난해 6월이다. 타향인 익산에서 젊은 시절부터 부부가 공직생활을 함께한 재원이었다. 그간 익산시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기획예산과장을 수행하다가 지난해 7월 안전행정국장으로 승진하면서 오직 시정에만 몰입해야 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고, 호남 3대 도시로서 자존심을 지키는 인구 30만 사수는 또 하나 고인의 사명이었다.

 여기에 익산시민의 오랜 숙원인 신청사 건립추진은 현안 중에 현안이었다. 국토교통부 방문 및 LH와의 협상과 협의, 사례분석을 위한 타 시·도 출장이 이어지고 이리역 폭발사고 40주년 기념행사 준비를 위한 한화 측과 수없는 협상과 미래 정책비전 및 전략 수립 등 여느 해보다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내면서 피로가 극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더군다나 시기적으로 의회 업무보고와 내년 예산 작업까지 겹치면서 2개월에 걸쳐 밤낮없이 예산안을 검토하고 각 상임위 예산 설명과 예결위 개별 접촉을 통해 예산삭감 최소화에 혼신을 다해왔다. 시 단위 국장들의 업무과중은 심각하다. 9개과와 사업소의 업무를 관장해야 하고 유관기관과 유기적인 협조체계도 유지해야 한다. 또한 언론관계 활동과 지방의원과 친밀한 관계유지는 숙명적이기도 하다.

 장례를 치르면서 새삼 고인이 덕장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인의 갑작스런 이별을 애통해 하는 조문행렬이 밤새 이어지고 마지막 날 시청광장을 가득 도열한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우리 공무원들에게 두터운 신임을 왜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고인은 젊은 공무원들의 맏형으로, 큰 오빠로서 격의 없는 대화와 업무지도로 따르는 직원이 많았다. 직원들의 롤 모델이었던 것이다. 큰 인재를 잃어 익산시 공직자들은 슬퍼하고 있지만 이럴 때 우리 공직자들이 익산시와 시민들을 위해 더 노력하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가족들은 용기와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

(특별기고=김철모 익산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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