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고준희양 유기사건 현장검증
[르포]고준희양 유기사건 현장검증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8.01.04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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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고준희 양의 친부가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전북 군산의 한 야산에 아기모형 마네킹을 들고 사체를 유기하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김얼 기자
 고준희(5)양을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 고모(37)씨와 내연녀 이모(36)씨 그리고 내연녀 어머니 김모(62)에 대한 현장검증이 이뤄졌다.

 영하 기온 속에서 칼바람이 몰아치는 4일 오전 완주군 봉동읍 한 아파트.

 사건 현장으로 알려진 이 아파트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파견된 60여명의 경찰, 취재진 그리고 수십여명의 아파트 주민이 몰렸다.

 갑자기 주민들이 욕설과 고성을 내뱉기 시작했다. 친부 고씨와 내연녀 이씨를 태운 경찰 호송차량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네가 사람 새끼냐? 어디서 얼굴을 가려” 목에 핏대를 세우며 꾸짖었다. 이어 겨울 점퍼에 달린 모자를 쓰고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고씨가 차량에 내려 경찰과 함께 범행 장소인 아파트로 들어갔다.

 이씨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현장검증을 거부,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아파트 내부에서는 준희양의 숨진 상황이 연출됐다. 고 씨는 주방에서 쇠로 된 30㎝ 자를 들어 “지난해 1월 29일에 친모로부터 준희를 데려왔다. 준희가 말을 듣지 않아 자로 등과 어깨·엉덩이를 때린 적이 있다”고 말했고, 경찰이 준비한 마네킹을 수차례 때렸다

 고씨는 지난해 3월 말 “준희가 제때 밥을 안 먹고 내연녀 말을 듣지 않았다”며 자신의 발을 무릎 높이까지 들어 준희양의 발목을 밟는 모습도 재연했다.

 20분가량 아파트 안에서 현장검증을 마치고 나온 뒤 준희양을 차량에 싣는 장면도 연출했다.

 고씨는 “아픈 딸을 차에 실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고,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승합차에 오르기 전 취재진 앞에 선 고씨는 “아이를 학대하고 폭행한 것 인정하느냐?”라는 질문에 “아니요. 아이를 학대하고 폭행한 적 없습니다”고 말했다.

 고씨는 이어 “준희에게 미안하다. 평생 반성하고 준희에게 사죄하면서 살겠다”고 말한 후 호송 차량에 올라탔다.

 고씨를 태운 경찰은 이후 전주덕진경찰서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내연녀 친모 김씨가 전에 살던 전주 인후동 주택으로 가정해 준희양을 유기하는 범행 장면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고씨와 김씨는 준희양이 사망하고 나서 신고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유기하기로 했다고 시인했다.

 현장검증은 시신을 유기한 군산 내초동 야산에서도 계속됐다.

 야산에 도착한 고씨와 김씨는 경찰과 취재진 사이에서 시신 유기 과정을 덤덤하게 재연했다.

 고 씨는 30cm가량 판 구덩이에 준희양 대신 마네킹을 던져넣고 삽으로 흙을 뜨는 모습을 보였다.

 시신을 묻는데 총 3시간 정도 걸렸다는 고씨는 다 묻고 나서 김씨에게 전화해 산에서 내려갔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26일 준희 양이 숨지자 이튿날 새벽 2시께 도로 옆에 있는 이 야산에 준희를 묻었다.

 전주덕진경찰서는 구속된 고씨와 이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 적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 내연녀 어머니 김모씨(62) 등 3명 모두에게 적용된 시체유기 혐의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유지된다.

 경찰은 이러한 혐의를 적용해 범행에 가담한 고씨와 이씨 등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5일 송치할 예정이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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