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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인터뷰
청와대=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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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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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승(81·전북 김제 백산 흥사리) 전 한국은행 총재는 항상 무엇인가 기대를 하게 한다. 가진 것을 내놓기에 주저하지 않는 그는 변함없이 “단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떠나겠다”고 했다. 소득만 높은 사회만으로는 좋은 사회로 나갈 수 없다고 걱정했고, 사회적 공동번영을 실현해야 하는 우리 사회는 있는 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고 했다. 더 큰 가치를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층간 이동이 가능하도록 서민에게 희망 사다리를 돌려줘야 하고 소득재분배 시스템을 정부에 주문하기도 했다. 고향 전북인들에게는 부정적인 마음을 버리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을 필요도 없다고 했다. 협조적·능동적 자세를 갖고 인재양성에도 힘을 기울이라고 조언했다.

 새해 벽두를 앞두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그에게 ‘가치’에 대해 물었다.
 

 -시대가 가치를 변모시키고 세대간, 계층간 가치도 다른 것 같다. 그럼에도 불변할 가치는 무엇이어야 하나요.

 “좌우명이 (마음이 물질보다 더 중요하다는)선심후물(先心後物)이다. 인간행복은 물질보다 정신이 더 중요하다. 국민행복이란 우리 사회에 이웃사랑, 민족사랑 이것이 있는 사회가 첫째 조건이다. 사랑으로 엮인 사회적 공동번영이 불변의 가치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다. 나만 살면 된다는 자본주의적 가치만으로 소득이 높은 사회는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좋은 사회는 만들지 못한다. 서로 아끼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호남은 아직도 변방이라는 피해의식이 있다. 특히 전북은 여러 면에서 낙후돼 있는데요.

 “정치·경제적으로 변방이었고 인사 면에서도 큰 차별이 지속하면서 호남인들은 국가권력에 저항적이고 정부에 부정적이었다. 밖에 나오는 것을 싫어하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폐쇄적인 기질로 변했다. 결과적으로 호남의 낙후를 결과한 모습이 됐다. 그러나 새 정부는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있고, 실제 호남 차별을 하지 않는 정부이기도 하다. 호남은 변방이 아니라 중심을 향해 가고 있다. 현 정부 임기 중 호남은 완전히 중심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호남이 변해야 한다. 역사적 자긍심을 갖고 협동과 개방의 자세로 사회발전에 동참하자. 특히 전북은 인재양성으로 승부를 해보자. 잘 가르쳐 전북이 다른 지역보다 앞서는 지역이 돼 보자. 이 정부 5년은 20년, 30년보다 더 많은 호남을 위해서 일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모든 것은 호남에 달렸다.”

 -‘빈손’을 염두에 두고 계신데,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그런 삶을 추구할 수 있나요.

 “나의 인간적인 가치와 행복은 ‘작은 것’과 ‘큰 것’이 있다. 작은 것이란 나와 우리 가족, 건강과 성공, 재산, 생활걱정 없는…. 이런 것을 성공이라고 부른다. 큰 것이란 내가 가진 정신과 물질을 이웃·사회를 위해 조금이라도 썼을 때 느끼는 삶의 가치와 행복을 일컫는다. 그래서 나 자신의 가치와 행복뿐 아니라 큰 가치와 행복도 같이 누려야 한다. 그것을 자식에게도 이야기한다. 그동안 작게나마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바로 나의 큰 가치와 행복을 위해서 한 것이다. 내 이름으로 된 재산은 사후가 아니라 죽기 전 사회에 환원할까 한다.”

 -빈부격차는 커지고 있고 양극화는 날로 심화하고 있다.

 “각 부문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어서 공동체 의식이 붕괴할 위기에 있다고 본다. 지난해 자료를 보면 기업소득이 21% 증가했는데 가계 소득은 0.4% 감소했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3분의 1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부유층과 기득권계층은 자기들만 살기 위한 기득권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의사·변호사·약사 등 전문직이 자기 이익을 위해 거리로 나오는 상황을 볼 때 개선할 점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나는 가난해도 자식 때는 능력만 있으면 부유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살 맛이 있고 그런 사회라야 밝은 사회가 되는데 그렇지 않다. 정부는 공동체적 성장이 되는 시스템으로 법과 질서·제도를 고쳐나가는 정치·경제·사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부유층에게는 세금을 더 부과해 빈부격차를 줄이고 서민복지에 활용하도록 소득재분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촛불혁명으로 새 정부가 탄생했는데 새 정부의 역사적 과제는 무엇인가.

 “지난 10년간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도 후퇴했고 경제나 안보면에도 거의 진전이 없었다. 그래서 새 정부는 세 가지의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는 민주주의를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하는 일, 두 번째로는 경제를 살려서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일, 세 번째로는 남북관계를 개선해서 한반도에 평화를 이룩하도록 하는 일이다. 이 세 가지가 이뤄지면 한국은 평화롭게 사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 광장의 ‘국민 청원 및 제안’ 코너가 뜨겁다. 직접 청원을 한다면 무엇을 하겠나.

 “주택문제다. 부동산은 개인에게 생활편익이어야 하는데 축재수단이고, 정부에게는 (분양을 통해)국민생활 안정수단이어야 하는데 경기 부양수단이 됐다. 그래서 집값을 올려 왔다. 지난 50년간 물가는 30배 올랐는데 집값은 3천 배 올랐다. 빈곤화 성장국이라고 부른다. 부동산 특히 주택문제가 주범이다. 부동산 개념을 환원시켜야 하는데, 주택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구체적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공공장기임대주택 공급 주무기관으로 대폭 개편해야 한다. 국유지와 일부 그린벨트를 활용해 서민 주택문제를 해결하고 종합부동산세도 대폭 올려야 한다. 유럽은 보유세 때문에 땅이 국가소유로 옮겨가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이 가능한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방책은.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해 핵이 필요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핵은 써먹지 못하고 그것으로 먹고살 수도 없다. 핵은 정권 생존과 경제 실익을 얻는 협상카드로서 이용가치가 있을 뿐이다. 북한은 핵개발이 완성단계에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협상 테이블로 옮길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새해에는 북핵문제가 어떤 형태로든지 협상 테이블에서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미국은 우리를 미국의 안보 전초기지로 생각하고 있고 중국은 북한을 중국안보 완충기지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나 통일은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유일한 탈출구는 통일 후 한국은 중립국으로 간다고 선언하고 주변국 미·일·중·러가 동의해서 협약하는 것이다. 그것을 미·중도 희망하고 동의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의 우리 경제를 진단한다면…

 “그동안 고도 경제성장을 이뤄온 우리나라는 지금 성장엔진이 꺼진 상태다. 독일·일본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를 올라서는데 5년 걸렸지만 우리는 10년이 되도록 채우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경제 내부 빈부격차도 커지고 국민복지는 오히려 후퇴하는 국민생활 역성장이 일어났다. 다행히 2017년에는 반도체 호경기에다가 새 정부 들어서서 추가경정 확대 재정 덕에 모처럼 3% 대의 성장이 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새해에는 세계경제와 반도체 호황이 지속할 것이고 중국이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을 철회할 것으로 봐 3% 이상의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본다. 새 정부 임기 내 1인당 소득은 3만 5천 달러를 넘을 것이다.”

 -정부 경제정책의 기본 틀은 소득주도성장이다. 대표적인 주창자이기도 하다. 왜 우리에게 이 성장이 필요한가.

 “그동안의 경제성장정책은 수출주도형, 낙수효과 성장이다. 수출을 위해, 대기업 소득보호를 위해 국민소득을 줄이고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통해 대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도록 했다. 일자리가 생기고 가계소득으로 흘러가서 선순환 성장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수출이 성장을 이끌 힘이 없고 대기업은 외국에 투자하거나 사내유보금을 늘리고 있다. 가계로 소득이 흘러가는 길이 막혀 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채택한 소득주도성장이다. 이는 내수, 특히 민간 소비가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성장 정책이다. 소비를 늘리기 위해 임금을 올리고 저축도 장려하지 않는다. 성장-복지 병행정책도 필요하다. 대기업 소득을 보호하는 것보다 가계소득을 보호해야 소비가 늘어 경제가 살아난다.”

 -교육개혁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계층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한 것이 교육이다. 나 자신도 농사를 짓다가 공직을 맡는 등 개천서 용난 사람이다. 오늘날엔 불가능하다. 부유층 교육비 부담은 저소득층의 8배다. 돈 놓고 돈 먹는 악순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먼저 대학교육은 수능성적이 일정수준 이상일 경우 정부는 저소득 정도에 따라 학비를 50~100%까지 부담해야 한다. 실업고는 전원 무상교육으로 하고 정부는 기업-연계 취업을 보장해야 한다. 급여 일정 부분을 정부가 보조할 수 있다. 고교 교육은 일반고 중심으로 하고 특목고는 폐지하거나 아니면 특정 목적에 국한해서 혜택을 주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박 승 전 총재는

 일제가 쌀 수탈에 열을 올리던 1936년 김제에서 태어났다. 등잔불 밑에서 입시공부를 해야 하는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 김제 백석초와 이리공업중고·서울대 상과대를 졸업했다.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했다. 25년간 대학교수를 했고 산업화 과정 이후 거의 모든 정권에서 청와대 경제수석, 건설부장관, 한은총재를 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도 변혁을 주창했다. 사후 장기 기증을 서약했고 본인 명의의 재산을 모두 사회에 기증한다고 했다. 일찍이 자녀 결혼식과 본인 행사를 모두 가족끼리 치른 선각자다. 서울 평창동도 익산 출신의 부인 권영하 씨와 살고 있다. 한국경제성장론 등 8권의 저서와 역서를 내는 등 한국경제발전사의 산 증인이며 이론가이자 실천가다.

 대담=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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