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중국의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한 인상여강(印象麗江)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 장소다. 1년에 500만 명이 찾는 그곳보다 더 웅장하고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인위적으로 무대를 만들었지만 폐석산은 그 모습대로 무대로 이용해도 될 만큼 완벽하다. 현 상태에서 지붕만 씌우면 전천후 공연공간이 생긴다. 담수만 해도 아름다운 호수가 된다. 그 앞에는 낭산 저수지가 있으며. 그 둘레는 푸른 낭산의 산이다. 바로 남쪽 전방엔 미륵산이 보이고, 호남 고속도로에서 직선거리로 10km 이내에 있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의견을 종합하고 이를 시가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시민들의 동의를 얻어 추진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여기서 경계할 것은 전문성이 없는 시 공무원들이 둘러앉아 탁상에서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반드시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 익산의 100년 뒤의 모습을 그리면서 치밀한 논의와 예측 가능한 변수를 돌출하고 설계에 반영 후 공청회를 열고 차분히 접근하면 될 것이다. 단기간 내에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130년째 공사를 하고 있다. 적어도 후세에게 훌륭한 유산을 남기겠다는 마음으로 폐석산을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 갔으면 한다. 어찌 보면 필자의 생각이 허무맹랑하다고 질책할지도 모르지만, 세계 곳곳에 있는 유명 관광지를 보면 답이 있다. 당시 그 건물을 구상하고 짓는 과정에서 대부분 비난을 면치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로 인하여 먹고살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판단은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가 ‘지방소멸’이라는 책에서 지적한 것처럼 지자체가 소멸하면 필요 없는 얘기가 되고 만다. 그는 앞으로 일본의 지자체 중 절반 정도가 소멸하게 될 거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 가임여성의 인구가 노인의 인구의 절반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우리나라 한 신문사가 같은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도 20년 후엔 지자체의 30% 정도가 파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앞으로 우리의 일부 중소 도시가 소멸할 거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설마 익산은 그런 일이 없을 거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우물 안 개구리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다행히 익산은 22년 전 이리시와 익산군이 통합했다. 그 이름을 익산이라 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익산(益山)은 산이 보탬이 된다는 말이다. 뜻 그대로 풀이해 보면 그렇다. 이제 그 돌이 바닥을 보이고 껍질만 남았다. 그 허가 면적 기준으로 해도 어림잡아 23만평이나 된다. 그게 속 빈 돌산인 폐석산으로 남아 있다. 이 공간이 엄청난 웅덩이가 되었다. 그 둘레와 바닥은 단단한 둘로 이뤄져 있다. 어쩌면 이곳은 하늘이 내려준 천혜의 요충지다.
필자는 이를 버리지 말고 이를 이용해 익산을 일으켜 세우자는 말이다.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길 하고 있다. 왜냐하면, 익산은 적잖은 고대와 근대문화가 분포되어 있다. 먼저 역전을 중심으로 한 근대문화, 미륵사지 둘레에 고대문화 이를 바탕으로 폐석산에 현대 문화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를 조성하면 접근성·거리·위치적으로 튼튼하고 안정감이 있는 삼각문화벨트를 구축할 수가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금강과 만경강을 연결해주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생겨 훌륭한 관광벨트가 이뤄질 것이다. 이것이 필자가 주장하는 익산의 Grand Design이다. 전국 어디를 둘러봐도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은 없다. 그래서 필자는 전문가의 진단을 근거로 한 익산의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한교<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