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체 페스티벌 앙상블의 송년음악회
비바체 페스티벌 앙상블의 송년음악회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12.1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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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서운 바람을 뚫고 콘서트 홀을 찾은 200여 명의 관람객들이 가슴이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비바체 페스티벌 앙상블이 16일 전주 라루체 별관에서 펼친 송년음악회는 가슴 한 켠의 아련한 추억과 기억을 끄집어 내는 시간으로 충분했다. 애절한 현의 하모니가 넓은 홀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 순간, 사람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숨죽이기 시작했다.

 이날 무대에는 그야말로 한국 최고의 명 연주자들이 줄줄이 올랐다. 바이올린에 양고운, 비올라 최은식, 첼로 이강호, 피아노 임미정이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낸 것. 관객들은 단 하나의 악기, 단 하나의 음정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집중하고, 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의 객석을 뚫고, 연주하는 모습을 사진 한 컷에 담아내는 일조차 숨이 막히는 일이었다.

 비바체 페스티벌 앙상블은 이 계절과 잘 어울리는 베토벤과 슈만을 선택해 자신들의 음악적 상상력을 보태고, 곡을 진지하게 해석했다.

 최은식 교수는 연주에 앞서 “베토벤이 커피를 사랑했다는 것을 아시나요?”라고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공연의 문을 연 곡은 다름 아닌 베토벤의 ‘현악3중주’(String Trio Op.9 No.3 in G Major)였다. 베토벤이 스물 여덟에 작곡한 곡으로, 그가 현악 4중주를 적기 전에 준비과정으로 쓴 곡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적으로 명쾌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작품인데, 선율의 독창성과 대담한 화성 전개가 눈부셔 연주하기에 까다로운 곡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러나 비바체 앙상블에게는 어려움이란 없어보였다. 세 현의 노래가 입을 맞추기 시작하니, 그 흐름을 타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어 임미정 피아니스트가 솔로곡 ‘아리랑’을 선사했다. 구슬픈 장단의 아리랑과 피아노의 만남으로 관람객들의 두 눈가는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마지막 곡은 슈만의 ‘피아노4중주’(Piano Quartet in E flat major, Op.47)로 뜨겁게 달구었다. 슈만의 인생 절정기에 작곡된 곡으로 서정적이면서 비장미가 흐르는 특징을 잘 잡아낸 연주로 눈길을 모았다. 가장 슈만다운 낭만적인 정서와 애절한 사랑이 흐르는 3악장 안단테 칸타빌레를 중심으로 풀어낸 연주로 겨울밤은 무르익어 갔다.

 다양한 영역에서 개성 넘치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연주자들이 선보인 이날의 실내악 무대는 전주시민에게 매우 특별한 선물로 기억됐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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