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그리고 뿔난 ‘의료계’
문재인 케어 그리고 뿔난 ‘의료계’
  • 김형준
  • 승인 2017.12.1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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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일명 ‘문재인케어’를 반대하는 의사들이 지난 10일 서울에서 대규모 반대시위를 하였다. 의사협회 산하 비상대책위원회의 주최 측 추산 3만 명에 달하는 전국 의사들이 ‘문재인케어’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2013년 영리병원·원격의료 반대 집회 이후 4년 만이다. 추위에도 거리로 나왔지만 정작 이들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은 듯하다. 현 정부의 핵심 공약인 ‘문재인케어’의 정식 명칭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이다. 그 내용을 보면 그동안 급여 대상에서 제외돼 있던 건강보험의 비급여 3,800여 개 항목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건보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60%대인 건보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려 장기적으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암과 같은 큰 병에 걸려서 대형 종합병원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은 경우에 알 수 있듯이 MRI, PET 같은 검사나 상급 병실료, 몇몇 약물과 재료 등은 건강보험에서 제외되어 비급여라는 이름으로 비싼 의료비를 부담해야 했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메디컬 퓨어’등이 나타나는 것을 방지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여 그만큼 많은 혜택이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얼핏 들으면 매우 좋은 정책임에도 왜 의료계와 야당 등 일부 정치권에서는 반대하는 것일까?

 의료계의 반발은 바로 비급여 진료항목의 단계별 급여화에 집중된다. 이들은 “비급여의 급여항목 전환이 이뤄질 경우 건강보험 재정이 부실해져 결국 국민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현재도 원가의 69%에 불과한 저수가 체계에 대한 개선 없이 무작정 정부가 보장 항목만 늘리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의료계뿐만 아니라 정부도 인정하듯이 그동안 건강보험에서 혜택을 주는 급여화된 진료의 수가는 원가의 약 69% 정도 책정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건강보험이 책정한 진료비로 환자 한 명을 진료하면 약 30%의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무언가 이상하다. 정말 그렇다면 이미 그 많은 병원, 의원들은 벌써 망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지금도 병의원은 문전성시이고 의과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수능 상위 1% 이하에 들어야 한다. 그런데도 의사들이 이 좋은 정책에 반대한다고 나섰다니 국민들의 눈길이 곱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그동안 병, 의원들이 원가에도 못 미치는 진료를 하면서도 살아남은 데에는 두 가지 비결이 있었다. 첫째가 바로 비급여이다. 원가에서 부족한 급여 수가를 비급여로 벌충해 왔던 것이다. 일반 병실이나 중환자실에서 나오는 입원비로는 병원 운영이 어려워 중환자실과 일반병실을 줄이고 추가 비용을 받을 수 있는 상급 병실을 더 많이 만들어 수입을 맞추어 온 것이다. 그동안 정부도 부족한 건보 재정 때문에 의료기관의 비급여확대를 방치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비급여 항목이 병원들의 실질적인 수입이 되다 보니 비급여 항목이 적거나, 수가가 촘촘히 통제되는 진료과목은 병원 내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이는 소위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비인기 진료과들로 일반외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사람의 생명과 즉결되는 진료과들이다. 이런 수가 체계의 왜곡된 구조는 그동안 의료의 시스템까지 좀 먹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탈북한 북한 병사를 살리면서 화제가 된 이국종 교수(아주대)가 환자를 살릴수록 병원에 손해를 입히는 의사로 찍혀 자괴감이 든다는 일갈처럼, 그마저도 이런 민폐 진료과목들은 비급여 항목으로 근근이 버텨왔던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점에 대한 구체적 대안도 없이 비급여를 급여한다는 정부의 정책에 결국 의사들이 문재인케어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두 번째 비결은 바로 질보다 양이다. 주로 개인 의원이나 중소 병원 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이 생존하기 위해 걸어온 길로 30분대기 3분 진료라는 악명 높은 한국 의료의 상징을 만들게 된 방법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병의원 이용률은 OECD 국가 중 최고이다. 이런 질환에 대한 본인부담을 높이고 불필요한 의료기관 이용을 줄여 중증 외상 같은 꼭 필요한 부분에 투자되어야 하나 정치인들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알면서도 방치한 측면이 크다.

 한마디로 문재인케어는 30조에 달하다는 추가 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건강보험 재정 확보 방안이 없는 한 선심성 정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의사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대화로 문제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였다. 사실 이것은 정부와 의사들 간의 문제가 아니라 혜택도 부담도 책임져야 하는 국민 모두의 일이다. 기존 비급여의 남용이 의료시스템을 왜곡해 왔기에 분명히 개혁은 필요하나 좀 더 구체적으로 충실한 내용의 정책을 정부가 제시해야만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김형준<신세계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부안군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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