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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더이상 범죄에 대한 변명이 돼서는 안될 것
김관영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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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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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8세 아동을 납치해 성폭행한 흉악범 조두순이 3년 뒤 출소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출소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재심으로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달라는 청원에 동참한 사람이 60만 명을 돌파한데 이어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코너에 올린 ‘주취감경 폐지’ 청원에 참여한 사람도 한 달 동안 2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상 재심이 불가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청원이 ‘제2의 조두순 재판’을 막자는 쪽으로 전개된 것이다.

 당시 검찰은 조두순에게 강간상해 혐의로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성폭행할 당시 만취상태였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12년 형으로 감경되었다. 이 판결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국회는 2013년 6월 성범죄에 관한한 판사가 재량에 따라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미약 주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도록 성폭력특례법을 개정해 냈다. 이후 법원은 성범죄에 있어서 ‘술에 취해서’라는 변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성폭력을 동반하지 않는 아동학대·가정폭력 및 살인·강도 등의 범죄에선 여전히 술에 취한 상태가 감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4일에는 강력범죄 등을 저지른 사람이 음주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고도 감형되지 않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다.

 우리 형법은 10조2항에서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자에 대해서는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10조3항에서 ‘위험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심신미약감경을) 적용하지 않는다’고도 규정하고 있다. 고의로 의식이 불분명한 상황을 야기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더 신중하게 판단해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죄형법정주의는 형법의 가장 근본이 되는 원리다. 법률 없으면 범죄 없고 형벌도 없다는 것이다. 범죄는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며 책임이 있어야 성립한다. 책임 없으면 범죄도 성립하지 않고 형벌도 없다. 책임주의는 책임의 범위내에서 형벌을 한정함으로써 국가의 형벌권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전통적으로 술에 있어서는 지나치게 관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검거된 살인 및 살인미수범 995명 중 390명(39.2%)이 음주상태에서 범행했고, 성폭행 범죄자 6,427명 중 1,858명(28.9%)이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점은 취중범죄를 결코 가볍게 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민여론의 상당수도 이에 관해 찬성하고 있고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주취감경 폐지에 85%의 국민이 찬성하기도 했다.

 칸트는 ‘세상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라’고 했다. 음주운전은 강력처벌하면서 음주범죄는 왜 감형하는지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정상이다. 주취감형이 아니라 주취가중으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철저히 책임을 지우는 것이 정의에 부합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두순처럼 극단적인 악용사례를 일반화해 조항자체를 없애거나 아예 배제해 버릴 경우의 문제에 대해서도 신중히 검토해 봐야 한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장발장과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생겨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다. 처벌강화가 능사는 아니지만 술이 더 이상 범죄에 대한 변명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사회의 보편적 정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김관영<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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