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 23호선(부안~흥덕) 국비 확보’ 비하인드스토리
‘국도 23호선(부안~흥덕) 국비 확보’ 비하인드스토리
  • 김종회
  • 승인 2017.12.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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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처럼 도끼로 무작정 나무를 찍는다고 해서 나무가 쓰러질까?

 물론 굵기가 얇거나 무한정 많은 시간을 줄 경우 ‘무대포’ 방식은 통한다. 그렇지만 거목을 제한된 시간 안에 넘어뜨려야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전략과 전술이 적용되지 않는 ‘막고 품는 방식’은 안 통한다.

 국가예산을 확보하는데 있어서도 ‘무대포’는 한계를 노출하기 마련이다.

 국회 차원에서의 예산확보전은 하한정국이 끝난 직후인 9월부터 시작된다. 국정감사를 준비하면서부터 사실상 예산확보전이 동시에 전개된다. 요구자료 일부분은 지역 현안사업의 추진상황과 걸림돌, 대책 등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자료가 된다. 이때까지가 예고편이었다면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부터 실시되는 상임위원회 심의와 예결위원회심의, 본회의 예산통과까지는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기는 시기다. 약 두 달간에 걸쳐 치열한 승부가 펼쳐진다.

 예산확보전은 정당간, 국회의원간 무한경쟁이다.

 예산은 사전에 예상되는 수입과 지출의 예정적 계산(豫定的計算)이라는 점에서 사후에 그 수입과 지출을 집계한 결산(決算)과는 구별된다. 정부가 1년간 나라의 살림을 꾸려가는 데 필요로 하는 모든 경비를 사전에 화폐로 표현한 것이다. 예산은 한정돼 있으나 수요처는 무궁무진하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 법령을 제정, 비준, 개정 또는 폐지하고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며 국정 운영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더 쉽게 표현하면 시대정신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법을 만들고 행정부를 감시하며 국민과 지역민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것이 사명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자 지역 대표다. 주민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요구는 숙원사업을 해결해 달라는 것. 이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국가예산을 많이 따와야 한다. 국가예산을 많이 따오는 국회의원은 유능한 의원이고 그렇지 못하면 무능한 의원으로 낙인찍힌다.

 국회의원으로서는 대단히 큰 스트레스다. 3백명의 국회의원 중 지역구를 둔 253명의 국회의원은 사활을 걸고 예산확보전에 뛰어든다.

 정당간 경쟁도 치열하다. 사업의 우선순위와 경중은 국정 철학에 따라 좌우되며 정권을 잡은 집권여당은 정부안을 최대한 관철해 대통령의 비전을 현실화하는 동력을 만들려 하고 야당은 이를 저지하려 안간힘을 쓰기 마련이다.

 따라서 마구잡이로 뛰어들었다는 헛손질하기 십상이다. 국가예산 지원의 당위성을 정교하게 설명할 논리개발 여부, 문제해결의 열쇠를 쥐는 ‘키맨’과의 친소관계,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중앙부처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문턱이 닳도록 뛰어다닐 열정 등 3박자가 충족돼야 예산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2018년도 5억원의 국비가 확정된 국도 23호선 확포장 사업(총 사업비 1,497억원)은 ‘삼위일체’의 중요성을 입증한 단적인 사례다. 김제~고창으로 이어지는 국도 23호선 구간 중 부안~흥덕은 4차로에서 2차로로 좁아져 교통체증과 인명사고를 동반하는 곳이다. 십년 넘게 해결하지 못했던 사업이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부터 국토부와 기재부를 수시로 방문해, 전국 국도 중 유일하게 4차로에서 2차로로 좁아지는 구간임을 집중 부각했다. 우선착수 순위 20위권이던 사업이 1년반만에 3위로 앞당겨졌다. 그러나 매년 우선 착수 순위 1~2위만을 대상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관행상 국토부에서 한 푼도 예산 반영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었다. 예결위원에 선정된 필자는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4차선 확포장이 이뤄져야 함을 예결위원들에게 성심을 다해 설명했다. 고창 출신인 백재현 예결위원장이 전체회의에서 기재부 장관을 상대로 국도 23호선 국비 반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힘을 보탰다.

 국비확보의 마지막 관문인 예산조정 소속위원으로 안건이 넘어갔다. 소속위원으로 활동한 국민의당 황주홍의원이 ‘국도 23호선 확포장의 대변인’처럼 열성을 보였다. 마침내 5일 심야 본회의에서 부안의 오랜 숙원사업이 해결됐다. 정기국회가 끝난 뒤 새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지역구에 내려갈 수 있게 됐다.

 김종회<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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