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정의의 이중성
공정과 정의의 이중성
  • 권영후
  • 승인 2017.12.0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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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 정의라는 말은 역사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시 사회 구성원들이 지향하는 가치관에 따라 그 의미나 해석, 규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간의 선한 본성이라고 여기는 공정, 정의를 향한 갈망은 현실에서 부를 추구하거나 인정을 받고 싶은 욕망과 긴밀하게 얽혀 있다.

 지난달 23일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방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나온 구호 대부분은 공정과 정의였다. 공공부문인 기간제 교사, 학교 업무보조 계약직, 지하철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정규직의 공정 정의는 비정규직엔 불공정 불의가 되고, 비정규직의 공정 정의는 정규직엔 불공정 불의가 되는 극단적인 자기위주편향 현상이 나타났다.

 인천공항 정규직은 공정성을 강조하며 상대적으로 쉽게 채용된 비정규직이 치열한 경쟁을 거쳐 뚫은 관문을 무임승차해 통과하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은 공항 개항 이후 필요인력의 거의 90%를 담당한 비정규직의 고용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일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일이냐고 반문한다. 직접고용보다는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 형태를 유지하려는 사측, 비정규직에 대한 피해심리와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정규직, 최대한의 직접고용을 원하는 비정규직, 정부 지침의 미흡이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정규직은 보상심리에, 비정규직은 고용불안에 대한 집착을 보이기 때문에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20년 전 아이엠에프(IMF) 이후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정규직이 되기 위한 힘겨운 경쟁 과정에서 생긴 집단 트라우마는 사회통합과 발전에 심각한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의는 지금까지 기존 고용구조를 수용하고 답습하며 관행으로 고착된 결과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을 전반적으로 성찰하고 개혁의 동력을 제공하는 ‘넛지’가 되어야 한다.

 첫째, 신자유주의 경제 이념을 채택한 초기, 노동시장의 규제개혁을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고 생산성 향상과 임금비용의 최소화를 지향하는 경제시스템이 용인되었다. 그 결과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 둘째, 고용구조의 개혁이 고용을 늘리기는커녕 줄이는 이유는? 셋째, 고용구조의 개혁은 어떻게 구획하고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을 설치할까? 차별과 불평등, 갑이 을에게 폭력적 권력을 행사하는 일이 신념화되고 도덕적 감각은 실종된 상태를 만들었다. 셋째, 임금이 생산비용이라는 터부가 고착되고 이윤은 증가하는 데 반해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는 역설의 진실은?

 정규직화 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신자유주의가 낳은 부산물이다. 희망보다는 절망이 더 큰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 먼저, 일하고 싶은 사람 모두는 안정적 고용과 차별 없는 공정한 고용을 원한다. 정규직은 시험 한번 통과했다고 고정된 신분으로 간주하여 특권이 지속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다리차기만이 해결책인가? 최적의 업무성과를 평가할 수 없는 시험 능력과 서열주의는 공동체의 번영보다 우선인가? 불평등과 양극화는 필연인가? 비정규직이 정규직 절반 정도의 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면서 조직의 운영과 안전을 책임진 사실을 무시하면서 정규직에 준하는 절차를 거쳐 새로 선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과연 공정한 것인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구조가 보편성을 갖고 사회적 규범과 터부의 형태로 지속하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극심한 양극화에 대한 분노와 개혁 요구도 비등하고 있다. 민주 사회에서 개인과 집단의 이해, 이념, 가치관에 따라 대안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논쟁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로서는 보수 진보, 노사, 노노 사이에 특정사례를 부각하여 자기편에 가장 유리하거나 상대편의 가장 나쁜 사례를 부각하는 극단적이고 대안 없는 논쟁만 눈에 띌 뿐이다.

 현재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힘들고 고된 삶을 영위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성패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 나가느냐에 달렸다. 사측과 정규직, 비정규직 간의 허심탄회한 논의와 소통을 통해 고용안정과 차별금지라는 공동의 목표를 지향한다면 정의로운 결과를 실현할 수 있다. 공정과 정의에 대한 균형감각을 회복하고 공감과 연대의 끈을 놓지 않아야 사회 통합과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권영후<소통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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