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줄 알면 위험하지 않다
멈출 줄 알면 위험하지 않다
  • 김동근
  • 승인 2017.12.0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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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매일 아침을 맞이하면서도 계절이 변화하는 모습을 알아채지 못하고,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 내리면 겨울이 왔다는 것을 실감하는 게 요즘 우리네 모습이다. 다들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무엇을 위해 이토록 열심히 사는가에 대한 자신의 성찰은 별로 없다.

 나무는 봄, 여름, 가을을 품었다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듯 모든 나뭇잎을 떨어뜨리고는 매서운 추위에 맞서며 겨울을 맞이한다. 나무는 멈춤의 시간을 갖고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봄이 올 때까지 자신을 엄격하게 관리하며 견디어 낸다. 나무처럼 멈춤의 미학이 사람에게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과 직장인들은 이미 수십 번 멈춤의 쓴맛을 경험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자신을 성찰하기 위해 멈춤의 시간을 갖는 것이 아니다. 강제적으로 멈춤을 당하고 있다. 취업절벽 앞에서 취업준비생들은 멈춤을 생각할 틈이 없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들은 20대에 맛보았던 쓰디쓴 멈춤의 입맛을 느끼고 싶지 않아 퇴근 후에도 새로운 하루의 시작으로 일상을 바꿔 살고 있다. 너무나 바쁜 현대인의 삶에서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 쳇바퀴 도는 다람쥐처럼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린다.

 그래서 현대인은 늘 피로하고 불안하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목표 달성을 위해 스스로를 다그치고 억압한다. 억압은 억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막대한 심리적 에너지를 소진하게 만든다. 설사 억압이 성공한다 해도, 그것은 정신적 삶을 황폐하게 만든다. 궁극적으로 억압은 성공할 수 없으며, 그것이 정신적 에너지를 소진시킨다. 그러다 뇌에 쌓인 피로를 제때 풀지 않으면 감성 에너지가 완전히 방전되는 ‘소진증후군(burnout syndrome)’에 빠진다. 소진증후군이 찾아오면 세 가지 문제가 뚜렷이 생긴다. 먼저 의욕이 떨어진다. 둘째는 성취감이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내가 지쳤을 때 상대방에게서 따뜻한 감성 에너지를 받아 재충전해야 하는데 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받는 것도 안 되는 마음 상태가 된다. 공감 능력이 저하된 소진 조직과 사회는 경쟁력과 가치를 잃을 수밖에 없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영자들은 소진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 ‘연결을 위한 단절(disconnect to connect)’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 마음에 자유를 주는 ‘마인드 바캉스’ 훈련이다. 하루에 10분 정도라도 외부와의 연결을 끊는 단절 훈련을 한다. 연결을 위한 단절 훈련은 자신의 내부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20세기 미국 미술계의 거두인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는 꽃을 확대해서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지아 오키프는 1887년에 태어난 사람이지만, 그때에도 사람들이 너무 바빠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여유 있게 꽃 한송이를 바라볼 시간이 없었던 모양이다. 사람들이 왜 꽃을 확대해서 그리느냐고 묻자, 조지아 오키프는 “내가 꽃을 있는 그대로 그렸다면, 아무도 내가 본 것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꽃이 작은 만큼 그림도 작게 그려야 했을 테니까. 나는 그 꽃이 나에게 의미하는 것을 그려내려고 했다.” “아무도 진정한 자세로 꽃을 보지 않는다. 꽃은 너무 작아서 보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 현대인은 너무 바빠서 그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작은 꽃들을 쳐다보려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야 한다. 그렇다, 누군가와 친구가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이라고 답하였다.

 노자(老子)에는 지족불욕 지지불태(知足不辱 知止不殆)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스스로 만족함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험하지 않다”라는 의미이다. 넘치는 잔에 무엇인가 한스푼 더 넣으려 하면 집착이 된다. 힘겹게 오른 성공길 끝에 한 걸음 더 내딛으려 하면 낭떠러지를 만나게 된다. 멈추고 만족할 줄 하는 것도 나아가는 것만큼 중요하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사람이다. 위로를 해줘야 할 자신에게 끊임없이 책망을 하고 있다. 자기 자신은 경쟁자가 아니라 항상 아끼며 보듬어줄 대상이다. 심리적인 자유는 내가 나를 바라보는 여유에서 찾아온다. 자신을 사랑하면서, 상대방 의견에 긍정적인 경청을 하는 사람만이 행복해질 수 있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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