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복수
국민의 복수
  • 나영주
  • 승인 2017.12.0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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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월(越)나라와 오(吳)나라는 대륙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전쟁을 벌인다. 오나라의 왕 하려는 월나라와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고 죽기 전 자신의 아들 부차에게 복수를 부탁한다. 왕이 된 부차는 섶나무 위에서 잠을 자며 자신의 신하에게 매일 아침 ‘부차야, 월나라의 구천이 네 아비를 죽인 사실을 잊었느냐’라고 말하라고 한다. 세월이 흘러 부차는 월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복수에 성공한다. 월왕 구천은 다시 복수를 다짐하고 쓴 쓸개를 아침저녁으로 맛보며 복수의 칼날을 간다. 다시 월나라는 오나라를 제압하고 구천은 부차를 죽여 치욕을 되갚는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유래다. 복수의 칼날을 갈 때 종종 인용되는 고사다. 중국인들은 자신에게 베푼 은혜는 꼭 갚고, 반대로 자신을 해한 자에게는 반드시 복수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늦지 않다(君子報仇, 十年不晩)’는 속담도 있다.

 비단 중국 뿐만이 아니다. 복수의 역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구하다. 복수의 달콤함(?) 때문인지 복수는 영화에서도 주요한 소재로 쓰이곤 한다. 박찬욱 감독의 대표작 <올드보이>도 복수를 다룬다. <올드보이>는 ‘피는 피를 부른다’는 도덕적 교훈에도 불구하고 복수가 가지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바로 응시한다.

 얼핏 원초적 욕망의 발현으로 여길 수 있는 복수의 속성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게임이론의 대가 로버트 액설로드는 게임이론을 기반으로 한 여러 프로그램들 간 대결을 하는 대회를 주최했는데, 우승을 한 프로그램은 ‘팃포탯(Tit-for-Tat)’이라는 전략을 쓴 프로그램이었다고 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위 전략은 상대와 먼저 협력한 이후 상대가 협력을 계속하면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상대가 배반을 하면 그 즉시 협력을 단절하는 전략이다. 물론 다시 상대방이 협력을 구하면 곧바로 협력한다. 즉위 전략은 장기적으로 협력이 큰 이득이고 배반은 단기적 이익일 수 있으나, 종국적으로는 손해라는 인식을 게임 당사자들 사이에 심어주게 된다. 이렇게 보면 단호하고 강한 복수는 결과적으로 이득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한편에선 정치적 정적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사적 복수라고 폄훼한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문재인 대통령은 사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절친’이었다. 문재인에게 노무현은 요샛말로 ‘브로맨스’ 관계였던 친한 친구였고, 함께 변호사 생활을 수십 년간 한 사업 파트너였으며, 민주화 운동을 같이 한 동지였다. 심지어 함께 정권을 운영했다. 그런 친구가 후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나 ‘자살 당했다’는 사실은, 인간 문재인에게 가혹한 고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 검찰과 같은 국가기관을 동원하여 민주주의를 교란시키고, 정적과 반대세력을 사찰한 이명박 정부의 피해자는 노무현이나 문재인이 아닌, 공화(res publica)적 가치 실현을 하라고 이명박에게 권력을 맡긴 국민이다. 그래서 ‘전정권, 전전정권을 파헤치자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제 이렇게 답해야 한다. 국민의 복수는 10년이 늦지 않다.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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