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생존법과 고교 무상급식
펭귄 생존법과 고교 무상급식
  • 박성일
  • 승인 2017.11.3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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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도내 8개 농어촌 지역에서만 실시하던 고등학교 무상급식이 내년부터 완주군을 포함한 전주·군산·익산·남원·김제 등 6개 도시지역 전체로 확대된다.

 올 9월 25일 완주군이 초·중·고 무상급식 실시를 선언했는데, 나머지 6개 시 지역도 이 행렬에 동참한 것이다.

 이로써 전북도교육청이 도시지역에 50%를 지원한 2012년 이후 6년 만에 도내 모든 고교에 무상급식이 이뤄지게 됐다.

 무려 14개 시·군, 133개교, 6만430여명 전원이 내년부터 무상급식 지원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번 완주군과 6개 시의 전격적인 고교 무상급식 시행을 보며, 남극의 펭귄 생존법을 반추하게 된다.

 극한의 생활환경 속에서도 과감한 도전과 지혜를 발휘해 상생(相生)해나가는 펭귄의 생존법은 이번 전면적인 무상급식의 태동과 맞닿아 있어서다.

 집단생활을 하는 펭귄은 먹잇감을 구하려면 바다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바다표범이나 물개 등 천적 때문에 서로 눈치를 보며 한참을 머뭇거린다. 안전이 확인되기 전까지 치열한 눈치 보기가 이어지는데, 그순간 한 마리가 과감하게 바다에 뛰어든다.

 ‘첫 번째 펭귄(First penguin)’이다.

 첫 번째 펭귄의 입수가 이뤄지면 뒤를 이어 수백, 수천 마리가 물속으로 들어가 먹잇감을 찾는다.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용기를 내 앞장서 도전하는 첫 번째 펭귄이 없다면 공멸(共滅)을 피할 수 없다. 고등학교 무상급식도 마찬가지다.

 많은 지자체가 예산 등 갖가지 이유를 들어 시행에 난색을 표해왔다. 완주군 또한, 고교 재학생 중 타 지역 학생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 때문에, 시행에 애로를 겪어왔다. 그럼에도 교육여건 개선과 보편적 복지 실현이란 대의를 위해 무상급식을 통 크게 결정했고, 이는 나머지 지역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펭귄 생존법에서 배울 수 있는 지혜는 또 하나 더 있다.

 산란기에 접어들면 황제펭귄은 천적을 피해 시속 110km가 넘는 눈바람과 영하 50도를 넘나드는 곳에 거처를 마련한다. 아무리 추위에 이력이 난 펭귄에게도 이러한 환경은 참기 힘든 법이다.

 황제펭귄은 이를 이겨내기 위해 ‘허들링(Huddling)’을 이용한다.

 서로 맞대고 거대한 원을 형성하면 체온을 나눔으로써 추위를 이겨내는 것이다.

 더욱 감동스러운 것은 펭귄은 서로 자리를 바꾼다는 점이다. 허들링은 바깥쪽과 안쪽의 온도 차이가 10도 이상 나는데, 바깥에서 온 몸으로 추위를 막아내던 펭귄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쪽으로 들어가고, 안쪽에 있던 펭귄이 기꺼이 교대를 해준다. 나 하나가 아니라 모두를 생각하는 속 깊은 배려가 바로 ‘허들링’이다.

 고교 무상급식도 어느 한 쪽의 의지만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다.

 각 지자체와 교육당국, 그리고 관련 단체와 학부모들이 보편적 복지 구현, 아이들의 교육환경 개선이란 대의 아래 힘을 모았고, 상생과 배려를 먼저 생각했기에, 옥동자를 낳은 것이다.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는 “‘첫 번째 펭귄’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개척자로서의 기업가정신을 가르쳐준다면, ‘황제펭귄의 허들링’은 역경 극복을 위한 고통 분담의 리더십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과감한 도전과 나눔·상생의 정신에서 태어난 고교 무상급식을 지면을 빌려 크게 환영한다. 또한 어렵게 시행되는 정책인 만큼, 무상급식이 앞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급식비 부담을 덜고, 시군·도농 간 차별을 해소하며, 미래의 성장동력인 학생들이 건강과 학업을 챙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성일<완주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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