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계륵, 호남
안철수의 계륵, 호남
  • 이정덕
  • 승인 2017.11.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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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가 새정치를 구호로 내세울 때, 기존의 정치를 모두 바꾸겠다는 뜻을 담고 있었고, 따라서 기존의 잘못된 관행들을 어떻게든 바꾸는 데 집중할 것으로 나는 생각했다. 2000년대 청년들과 대화를 이어가면서 만들어낸 이미지는 약자와 패자에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이들을 포용하는 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이미지였다. 안철수가 세운 안철수연구소도 적극적인 이윤창출보다 사회적 책임에 중점을 두었다. 이러한 이미지는 호남에서도 안철수 열풍이 부는데 일조하였다.

 2012년 대선 후보로서 안철수는 개혁세력처럼 보였고 그래서 문재인과 개혁세력의 대표를 두고 경쟁을 벌였으나 결국 안철수는 후보를 사퇴하였다. 하지만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선거를 제대로 도와주지도 않았고 대선 투표 당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때 새정치연합을 만들어 후보를 내려다가 갑자기 김한길의 민주당과 통합하였다. 그리고 2016년 국회의원 선거를 할 때는 문재인이 장악한 민주당을 갑자기 탈당하였다. 이해할 수 없는 행보들이었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호남을 석권하였지만, 개혁세력을 분열시켰다.

 안철수는 이제 개혁보다는 중도를 외치고 있다. 안철수가 호남을 크게 오해하고 있거나 이제 관심이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호남은 안철수의 중도주의를 지지한 것이 아니라 안철수의 개혁적인 모습을 지지했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안철수가 중도를 강조하고 문재인이 개혁적 모습을 보여주자 호남은 문재인을 더 지지하였다. 호남은 지역 중에서 가장 개혁적인 투표성향을 보여주는 곳이다.

 갈수록 국민의당과 안철수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안철수가 유승민과 정책 연대를 하고, 하다 보면 통합도 가능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안철수가 개혁적인 모습을 포기하고 중도에 전념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부터 안철수는 개혁적이라기보다는 중도적이었는데 호남이 새정치라는 말에 개혁적인 것으로 오인한 것일 수도 있다.

 안철수가 개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면서 호남의 지지를 흩어지게 만들었다. 안철수는 2014년 민주당을 비판하다가 민주당과 통합했고 2017년 대선과정에서는 사드를 반대했다가 찬성으로 돌아섰으며, 북한을 포용하고 통일할 대상으로 보기보다 주적으로 지칭하기 시작하였고, 이제 적폐청산에 적극 동참하기보다 문재인정부에 “복수하려고 집권했냐” 또는 “국민을 적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적폐청산을 방해하고 있다.

 한국사회가 현재의 당면한 문제는 구정치의 폐습들을 청산하는 것이다. 과거에 자행되었던 불법들을 청산하지 하고 깨끗한 정치를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온갖 국가기관이 불법을 저지르며 부정선거에 조직적으로 참여하였고, 국가예산을 불법적으로 사용하였다. 이러한 것을 청산하지 않고 어떻게 새정치로 가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걸 눈감으면 다음에도 똑같은 불법이 또 벌어진다. 이것이 호남의 대체적인 여론이다.

 안철수가 개혁으로부터 멀어지면서 호남에서의 지지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영남의 표, 정치인으로서는 유승민과의 연대 그리고 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유한국당을 대체하는 중도정당으로 성장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한 과정에서 안철수의 톤이 갈수록 보수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이제 호남표를 포기하고 영남과 수도권의 중도표로 승부하겠다는 것인가? 호남이 안철수의 계륵인 상황이다.

 이정덕<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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