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어메니티(Amenity)와 헌법
농촌 어메니티(Amenity)와 헌법
  • 소성모
  • 승인 2017.11.27 1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었다. 농업인의 날은 농업인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 1996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11월 11일이 농업인의 날로 제정된 이유는 농업인들이 흙(土)에 살다가 흙(土)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土土일을 풀어서 쓰면 十一十一로 해석되어 11월 11일이 농업인의 날로 된 것이다. (사실 흙의 날은 3월 11로 되어있음)

 모든 인간의 삶은 흙(Soil) 위에서 시작되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삶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난 곳의 흙을 고향으로 생각하고, 이민 가는 사람들은 그 흙을 병에 담아가기도 한다. 옛날 중국에서는 전쟁 중에 병사들의 향수병을 달래주고자 고향의 흙을 날라 주기도 했다.

 한자성어인 신토불이(身土不二)는 몸과 흙은 다른 것이 아니고 하나라는 의미다. 신토불이가 일본에서는 지산지소(地産地消)라고 쓰인다. 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그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의미다. 최근에 붐을 일으키는 로칼푸드(Local Food)는 ‘신토불이’, ‘지산지소’의 영어적 의미라고 이해해도 틀리지 않다.

 결국 땅을 근본으로 하는 우리의 농업이 바로 우리의 문화이고 역사를 생활 속에 반영하면서 지금까지 이 땅을 지켜온 것이다.

 유럽에서도 몇 해 전부터 농촌 어메니티(Amenity)가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어메니티는 ‘쾌적하고 기쁜’을 나타내는 라틴어 ‘아모에니타스’(amoenitas), 또는 사랑하다 의미의 ‘아마레’(amare)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기분에 적합한 것, 쾌적하고 즐거운 것, 교양 있는 사랑스러움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어메니티는 역사적으로 19C 영국에서 산업혁명으로 자유로운 노동자의 이동이 시작되자, 도시에 몰려든 산업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환경악화와 주거문제, 질병과 공중위생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작된 하나의 사회운동이었다.

 공중위생(Public Hygiene) 영역에서 시작된 ‘어메니티’는 주거시설과 환경개선에서 비롯되어 근대적 도시계획의 기본적인 개념이 되었다. 즉 도시화 산업화로 유발된 공해와 환경파괴 문제가 대두하면서 생태계와 환경을 회복하자는 것이 어메니티의 핵심이 되었고, 거기에 편리성과 역사성, 문화성, 예술성, 심미성을 가미하여 그 개념이 확대 발전하였다.

 90년대 이후에는 서유럽을 중심으로 농촌어메니티 운동이 농업정책에 크게 영향을 주면서 농촌 발전계획에 이 개념이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농업정책에서 ‘어메니티’란 역사성을 가진 농촌지역 특유의 풍경과 전원 분위기, 역사적 기념물, 지방고유의 축제와 전통, 토속음식, 야생의 동·식물 등이 하나의 문화생태적 재화로서 관광이나 특산품으로 연결되어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적 자원을 이르는 말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농촌어메니티는 최근 우리가 말하는 농업과 농촌의 6차 산업화와 그대로 일치하는 개념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어떠했는가? 과거 2차, 3차 산업중심의 경제개발이 시작된 60년대부터 산업화와 도시화가 선진국가로 가는 첩경이라 생각하고 1차 산업의 근간이었던 농업과 농촌은 희생과 소외를 받아 왔다. 우루과이 라운드가 시작된 90년대에서도 농업과 농촌의 소득이 농업, 농촌의 지역에 근간을 둔 소득보다는 농업·농촌이외의 이전소득에 주목하여 정책을 추진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새롭게 출범한 현 정부에서는 농업, 농촌에 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많이 형성되어 있고 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지난 8월 30일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대통령께서는 “생명산업인 농업이 홀대받는 나라가 선진국에 된 사례는 없다”고 말씀하였다. 농촌, 농업계 사람들에게 가슴이 뭉클하게 하는 말씀이셨다.

 내년에 헌법이 개정된다고 한다.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농업홀대’, ‘농촌소홀’에 대한 분위기를 바꾸고자 국가체제의 근간인 헌법에 우리의 고향인 농업, 농촌의 가치를 배려할 수 있는 내용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본다.

 주요 선진국들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하고자 농업지원이 필요하다는 정당성을 헌법에 담고, 이를 근거로 농업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스위스다. 스위스는 헌법에 농업의 핵심적 기능을 ①식량공급 ②천연자원의 보존과 농촌경관 유지 ③농촌인구의 유지로 명확히 제시하고, 정부는 농업직불제를 통해 농민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실시한 ‘농업, 농촌에 대한 2016년 국민의식 조사결과’를 보면 농업, 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하여 도시민 62.1%가 “가치가 많다”라고 응답했다. 왜냐하면 우리농촌은 후손에게 물려줄 가치가 있고, 농촌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국민적 여론이 헌법에 반영되어 이번에는 농업과 농촌이 제대로 인정받고, 나아가서 후손에게 대대로 물려줄 우리의 문화이고 역사적 가치로서 제대로 보전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노랫말이 모든 분의 바람이기를 바라며….

 소성모<농협은행 부행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