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라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라
  • 황 현
  • 승인 2017.11.2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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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성공개최, 새만금 세계잼버리 유치 성공, 전북투어패스와 농산물 최저가격제 도입, 삼락농정위원회 운영, 전북도 외부채무제로, 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 유네스코 등재, 탄소법 국회통과, 새만금 국제공항 국가계획 반영 등등. 민선 6기 전북도의 주요성과다.

 또 ‘전북 몫 찾기’ 화두는 중앙 정치권까지 화제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시절부터 이에 공감했다. 무엇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 고위인사에 전북출신이 등용되고 예산과 정책, 행정기관 배치 등 실제 효과로 이어졌다. 특히 도민들은 세계잼버리 유치가 새만금개발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줄지 기대하고 있다.

 도는 정부의 ‘혁신도시 시즌2’ 개막에 따라 전북혁신도시를 제3의 금융도시이자 아시아 대표 미래형 농·생명 허브로 육성해 전북의 미래를 견인할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두고 볼 일이지만 어찌됐든 역대 정권에서 소외됐던 ‘전라북도’에 훈풍이 분다.

 그런데 이 같은 훈풍도 전북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냉기류가 형성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 불황 여파에 문을 닫거나 파산 위기에 직면해 지역경제가 휘청거린다. 가동 중단된 군산조선소는 재가동 여부가 불투명하다.

 지난 10월 국감 증인으로 참석한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위해선 최소 3년 정도의 일감이 확보돼야 한다고 답변해 이를 뒷받침한다. 군산조선소 폐쇄는 60여개 업체의 폐업, 6천여 명의 실직이라는 큰 아픔을 남겼다.

 설상가상 태양광산업 국내 1위 기업, 익산 넥솔론도 파산위기다. 지난 10년간 튼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으나 중국 저가 태양광업체들의 난립으로 적자가 지속했다. 400여명의 직원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뿐 아니다. 1990년대 전주의 대표 기업인 BYC 전주공장은 직원 120여명이 한해 6천만 벌의 내의를 생산하는데 내년 초쯤 문을 닫겠다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이트 전주공장 매각설과 한국GM 군산공장 철수설까지 지역경제가 암울하다. 이들 기업이 전북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만만치 않다. 전북 경제가 장기적 불황기를 겪으며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각종 현안도 그렇다. 국립 지덕권 산림치유원과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조성사업 또한 어렵긴 마찬가지다. 전북도의회 동료의원들도 5분발언과 행정사무감사에서 전북 경제의 위기상황 대응을 놓고 전북도의 대책을 주문했다.

 물론 사기업인데다 경기침체와 국제정세 불안 등의 요소로 정치권이나 지자체에서 개입하는데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전북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기업이든 개인이든 얼마든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위기에서 어떻게 탈출하느냐다. 제갈공명은 적벽대전에서 2만5천명의 병력으로 조조의 80만 대군을 물리쳤다. 무기도 병력도 군량미도 없었지만 뛰어난 전략과 전술로 격파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는 ‘무중생유’ 전략 때문이다.

 경기 불황에 어렵다며 한탄만 한다고 해결 방법이 나오진 않는다. 도저히 방법이 없을 것 같은 상황 속에서 답을 찾아내는 것이 무중생유의 전술이다.

 경제위기상황에는 총체적인 경제위기를 극복할 솔루션이 우선이다. 정치권, 지자체, 시민사회단체 등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최우선 가치를 둬야 한다. 전북도 역시 안일하게 대응해선 안된다. 일례로 지역상품 애용만 외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향토기업 실태조사와 그에 따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생각될 때 어쩌면 가장 많이 얻을 기회다. 위기의 ‘기’와 기회의 ‘기’는 같은 한문으로 ‘틀 기(機)’다. 보는 틀, 관점의 차이로 위기는 기회가 된다.

 제갈공명은 비록 군량미도 병력도 무기도 없었지만 굴하지 않고 승리의 유를 만들어냈다. 중앙과 전북도, 무중생유의 전략이 절실하다.

 황현<전라북도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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