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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그때
조배숙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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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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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의 문턱이다. 겨울이 고단한 이웃들에게 연탄의 온정이 전해지고 집집마다 김장을 하며 겨울나기 준비가 한창이다.

 20년 전 그때도 그랬다. IMF구제금융 시대의 개막은 온 누리를 얼어붙게 하였다.

 과거 여느 겨울과 달리 혹독한 겨울을 맞아야 했다.

 경제신탁통치라 부르기도 했고, 제2의 국치일로 명명하기도 했다.

 그 해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신 고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에게는 6·25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고 할 수 있는 외환위기가 닥쳐왔다”고 당시의 엄중한 상황을 역설했다. 전에 없던 ‘노숙인’의 폭발적 증가도 20년 전 그때의 슬픈 기억이다.

 이전에 ‘노숙자’로 불렸던 홈리스(homeless)의 존재는 이제 우리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풍경이 되었다.

 우리 사회가 지난 20년 사이 노숙인의 존재에 익숙해질 만큼 둔감해졌다. 마음 아픈 일이다.

 헐벗고 굶주린 부랑인들에게 따뜻한 한 끼라도 나눠주려는 무료급식소가 전국 각지에 등장하던 시기도 20년 전 그때다.

 십시일반의 상부상조 정신을 살린 좀도리 운동이 다시 주목받던 때도 그때 그 시절이다.

 당시 언론에서는 “IMF로 인해 국가경제뿐만 아니라 가정경제도 한파에 휩싸여 있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빈곤계층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운동으로 소개했다.

 20년 전 그때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금모으기 운동이었다.

 국가의 부채를 갚기 위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소유하던 금을 내놓았다.

 전국에서 약 351만 명이 참여하여 227톤의 금을 모았다. 약 21억 3천 달러어치다.

 IMF 당시 우리나라 외환 부채가 약 304억 달러였으니 외환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

 금모으기 운동은 외신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외신들은 IMF구제금융을 받게 된 사태에 한번 놀라고,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금을 모아 수출하자는 국민들의 열의와 헌신에 또 한 번 놀랐다며 우리의 저력을 높이 평가했다.

 2012년, 스티븐 킹 HSB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모으기 운동을 재조명하며 “한국인들은 금반지와 금메달, 트로피 등 돈이 될 만한 금붙이는 모두 들고 나왔다”며 재정위기를 겪는 유럽 국가들이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한국인들의 희생정신을 본받으라고 충고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월 1일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정확히 20년 전입니다. 그것은 어느 날 불쑥 날아든 해고통지였고, 가장의 실직이었으며, 구조조정과 실업의 공포였습니다.”라며 서두부터 상당 부분을 20년 전 그때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동안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짊어져야 했던 국민들께 이제는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나서야 합니다.”라며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 특별히 강조했다.

 20년 전 그때, IMF 외환위기는 무능한 지도자와 한심한 정부가 빚은 비극이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되었고 국민들의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극복도 가능했다.

 스티븐 킹은 영국 더 타임스에 ‘희생 없이는 경제를 다시 살릴 수 없다’는 기고문을 통해 한국인들의 희생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20년이 흐른 지금, 계약직과 용역직 등 비정규직은 확대되었고 빈부격차와 양극화는 심화하였다.

 국가는 20년 전 IMF 위기극복을 위해 국민들이 지불했던 희생의 대가를 돌려줘야 한다.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는 이유다.

 하지만 새 정부의 포퓰리즘(populism)적인 정책 기조에 대한 우려 또한 깊다.

 탈원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과로사회 해소, 문재인 케어까지 국정 방향에 대한 큰 이견은 없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준비되지 않은 탈원전 추진으로 국론이 분열되며 겪지 않아도 될 혼란을 겪었던 게 엊그제다.

 쇼통이 아닌 진정한 소통의 정치로 국민과 함께 여러 난제를 풀어나가는 지혜를 보여주기를 소망한다.

 또다시 20년 전 그때와 같은 어리석은 실패경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조배숙<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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