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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거짓말
장상록 예산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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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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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셉 스탈린은 러시아가 아닌 조지아(그루지아) 태생이다. 그곳엔 아직도 스탈린의 열렬한 추종자들이 적잖다. 묻게 된다. 스탈린을 추종하는 그들은 보수파인가 아니면 진보세력인가?

  고르바초프를 실각시킨 쿠테타 세력은 러시아에서는 보수파로 불렸지만 한국에선 진보로 포장됐다. 적어도 그들이 사유하는 변화의 방향과 방식에 대한 공통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언필칭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길 한다. 그런데 냉전적 사고는 보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냉전적 사고를 가진 진보(?)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인권과 핵 비확산에 대한 열정적인 목소리가 대상에 따라 변할 수 있음을 설명하는 것은 정상적인 스펙트럼의 범주로 판단할 수 없다.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야한다는 명제는 분명 의미 있다. 문제는 그 말을 ‘전가의 보도’로 사용하는 사람 상당수가 여전히 그 함정에 갇혀 있다는 데 있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을 인식조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기댈 곳은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다. 본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짊어져야할 책임은 조선 군주의 그것보다 훨씬 크고 무겁다.

  그런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국민을 향해 현재의 안보상황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에게 (현 위기를)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 낼 힘도 없다.”

 ‘한국은 오래 전부터 중국의 일부’라고 말하는 시진핑의 중화제국주의와 상대국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교양마저 의심받는 트럼프, 그리고 결코 가깝지 않은 이웃 일본과 러시아까지 힘 있는 나라들이다. 그러한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할 역할이 없다는 무력감은 있는 현실 그대로를 정직하게 말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런데 묻게 된다. 정직한 대통령은 곧 좋은 대통령인가?

  국민은 푸념을 듣자고 대통령을 선출한 것이 아니다.

  “나에게는 항상 새롭고 무한한 경탄과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마음속의 도덕률이다.” 임마누엘 칸트의 유명한 경구다. 그는 실제 자신의 말에 따라 행동했다. 거짓말에 대해서도 극단적인 도덕률을 제시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한 사람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숨겨달라고 애원한다. 그를 뒤따라 들어온 강도는 그 사람의 행방을 묻는다. 이때 강도에게조차 정직하게 대답해야한다는 것이다. 나는 칸트를 이해한다.

  칸트의 말처럼, 그것이 비록 하얀 거짓말 일지라도, 모든 거짓은 그 자체로 인과관계를 왜곡시키게 된다. ‘거짓은 거짓을 낳는다.’는 관계에서 하얀 거짓말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 한 아버지가 있다. 집안이 기울어 살던 집도 비워줘야 할 처지다. 이때 어린 아들이 묻는다. “아빠, 우리 이제 거지 되는 거야?” 이때 아버지는 뭐라 대답해야 할까.

  다시 칸트를 생각한다. “그래. 우리 집이 망했다. 집도 비워줘야 하고 이제 너는 유치원도 다닐 수 없게 됐다. 그러니 너도 정신 차리고 열심히 살아야한다.” 아버지는 정직하게 아들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말해준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볼 것은, 어린 아들에게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과연 아버지로서의 적절한 처신인가의 문제다.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시하고 그에 따른 마음의 대비책까지 조언했으니 그는 정직함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그가 정말 좋은 아버지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만일 아버지가 이렇게 말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들아, 걱정하지마라. 네 곁엔 아빠가 있다. 아빠가 널 지켜줄 테니 넌 아무런 걱정할 필요 없단다.” 어쩌면 아들에게 걱정하지마라고 다독이는 아빠는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가 실제로 느끼는 어려움의 정도와 그에 따른 공포는 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가 정말 좋은 아버지로서의 필요조건을 갖췄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정직한 아버지와 좋은 아버지. 칸트라면 어떤 판단을 할까.

  “아들아, 네겐 아빠가 있다. 걱정마라.”

 비록 거짓말일지라도 아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 말이 아닐까.

 장상록<예산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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