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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수능, 끝내야 할 수능
이해숙 전라북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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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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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이 끝났다.

 수능으로 대박을 꿈꾸며 시험장으로 비장하게 들어가는 아이들, 내년이면 자신이 마주해야 할 긴장감을 드러낸 채 뜨겁게 응원하는 후배들, 교문에 기대어 기도하는 손에 땀이 가득한 부모들, 모두 전쟁터로 떠나는 것처럼 비장하기만 하다.

 포항지진 여파로 인해 1주일 연기되었지만 큰 탈 없이 시험은 치러졌다.

 60여만 명의 아이들이 동시에 내뱉는 한숨과 120만 명의 손에 흐른 땀과 기도소리로도 대한민국은 충분히 들썩였다. 참으로 요란한 통과의례를 마친 것이다.

 시험이 무엇이기에 우리는 이렇게 비장한 하루를 보내야 했던 걸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초중고 12년의 시간을 시험에 쫓겨야 했던 걸까?

 시험은 우리에게 과연 대박인가?

 시험을 마친 이 아이들은 합격의 기쁨도 잠시일 뿐 내년부터 또다시 시험의 굴레에 빠져들어 갈 것이다. 취직시험, 그리고 취직을 위한 스펙을 쌓는 시험, 45만여 명의 청년들이 몰려드는 공무원 시험에 또 빠져들 것이고, 직장에 들어가도 그 시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 꽃 같은 시간을 시험에 몰입한 채 흘려버려야 하는 ‘아이들의 봄날’은 성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사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라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좋은 도구에 불과한 것이며, 그 도구로 어떤 삶을 일궈내야 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함에도, 우리 교육은 그저 ‘좋은 성적표’를 얻는 것이 유일한 목표가 되어 있으며, 그 꿈을 이루는 것이 대박이라는 헛꿈에 젖어있다.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고액과외’ ‘유명학원’은 소수 엘리트들에게 권력을 독점하게 하는 기반이 되었고, 강남 부유층들의 서울대 독점, 고시 독점은 계층 이동의 탄력을 떨어뜨리는 한국사회의 아픈 고리가 되었다.

 시험에 대한 새로운 판단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치르는 객관식 시험은 시험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객관식 시험의 목적은 한정된 대학의 정원을 순서대로 모집하기 쉬운 방식의 하나일 뿐 학생의 지식정도와 사고를 판단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며, 단지 서열을 정하는 데 객관적 지표로서 우수한 기능을 할 뿐이다. 시험이 가진 평가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인 셈이며, 무자격자가 대학 합격 감독관이 되는 셈이다.

 전 단계를 충실하게 수행했고, 다음 단계의 배움을 지속할 수 있는 준비정도를 점검할 수 있는 학생의 태도와 준비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정신세계를 드러낼 수 있을 정도의 시험, 좀 더 나아가 배움을 늘리고 사고의 확장을 도우며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야 할 철학적 기반을 어느 정도 갖췄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로서의 시험이 필요하다.

 객관식 문제가 하나도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으로 평가가 가능한 독일의 ‘아비투어’, 온 국민들까지 축제처럼 토론하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프랑스의 대입시험 ‘바칼 로레아’와 같은 시험을 우리는 왜 보지 못하는 걸까?

 이제 우리의 수능을 끝내야 한다.

 정답이 단 하나만 존재하는 객관식 시험을 끝내야 한다. 아이들의 생각이 반영되지 않고 지식만이 반영되는 시험을 끝내야 한다. 단순히 암기한 지식을 통해서 서열을 만들고 그 축적의 크기만큼 선택의 크기를 키울 수 있게 하는 시험을 끝내야 한다. 대학이 배움을 이루는 곳의 의미보다 학벌 연고의 사다리로 활용되는 시험을 끝내야 한다.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 ▲우리는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고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가? ▲무엇이 내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말해 주는가? 이것들이 프랑스의 ‘바칼 로레아’ 시험문제들이다.

 이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관계하고 관계 속에서 경계를 넘나드는 이해의 자유를 통해 자신을 성숙시켜가는 지혜를 얻어가는 배움을 평가하는 시험을 우리도 가져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해숙<전라북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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