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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발생원인에 대한 신중한 해석
김현수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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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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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난적 상황의 발생은 직접적인 피해를 경험하는 발생지역의 주민은 물론, 타 지역민들에게도 유사한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걱정하게 한다. 작년 가을 발생한 경주 지진은 그 규모가 최근 발생했던 지진에 비해 컸고, 지진에 의한 진동을 국토 전체에서 느낄 수 있었기에 온 국민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런데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는 그 규모가 커질수록 재발하는 빈도가 길어진다는 일반적인 통계자료와 달리,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 1년여 밖에 되지않은 지난 15일에 경북 포항에서 경주 지진에 필적하는 규모 5.4의 지진이 다시 발생하였다. 당시 야외에 있었던 필자는 지진의 진동을 느끼지 못했으나, 아파트 15층에서 작년과 같이 집이 흔들리는 느낌을 고스란히 경험한 아내의 불안한 목소리를 전화기를 통해서 들어야 했고, 이를 통해 작년의 기분 나쁜 느낌을 다시 한번 떠올리는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해야 했다. 지난주 발생한 포항의 지진은 작년 경주 지진에 비해 그 규모는 작았으나, 진앙이 지표면에서 가까운 얕은 지역에서 발생하여 주민들이 체감하는 진동의 규모는 더 컸다는 증언이 여러 보도 매체를 통하여 방송되기도 하였다.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나 그 원인이 무엇이었고 이에 대한 정부 당국의 대처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한 논쟁과 비난이 쏟아지곤 했다. 경주 지진 발생시에 쏟아졌던 여러 비난이 약이 되었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번에는 긴급재난문자의 발송 시간이 지진 발생 후 19초로 눈에 띄게 감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여러 대처도 작년에 비해 상당히 신속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자연적 재난의 발생을 막을 수는 없지만, 발생 후 신속한 대처는 많은 국민들을 위해 조건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지진 발생 후 정부의 신속한 대처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런데 지진 발생 후 대처에 대한 긍정적 측면과는 달리 지진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 쏟아져 나오는 여러 말들과 보도 행태는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는 듯하다. 지진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인자들을 빼놓지 않고 검토하고 이들에 대한 조사 및 연구를 통해 실질적인 상관성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얻어진 결과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위험인자와 인간의 개발활동을 통한 자연재해의 발생 가능성을 미리 알 수 있게 하여 재난을 방지하거나 좀 더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실질적인 재난을 유발할 기적이 나타날 가능성이 특정 지역에 존재한다면 이를 온 국민에게 알리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공공성을 갖는 매체에서 어떤 사실을 알리거나 발표할 때에는 그 사실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블랙박스와 같은 지하공간에서 발생하는 일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기에 어느 정도의 가설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러한 가설도 학문 분야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과학적 사실과 이론에 근거해야만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에 지진의 원인에 대한 여러 사람의 말이 있었다. 이 중 어떤 부분은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어떤 분석은 지나치게 가설에 의존하여 이의 유효성에 대한 논란이 학계에서 발생하는 때도 있다.

 자연과학을 전공한 연구자들이 자연현상을 목격하고 가정 먼저 수행하는 탐구활동은 그 현상을 일으킨 원인에 대한 가설을 세우는 일이다. 이후, 가설에 대해 학문적으로 철저한 검증작업을 수행한 후에 그 가설은 이론 또는 법칙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학문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재난의 발생원인에 대해서 여러 가설을 세우는 것이 나쁘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고, 국민의 알 권리를 수호해야 하는 언론매체의 입장에서 이런 가설들을 보도하는 것 또한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단순히 재난에 대해 무엇이든 원인을 내놓아야 한다는 조급함을 조금만 가라앉히고, 여러 가설에 대한 학문적 검증을 먼저 수행하는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다. 가설은 그야말로 학문적으로 있을법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이다. 국민은 재난 발생시 그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 알아야 할 권리가 있지만, 아직은 확인되지 않은 여러 가설에 미리 노출되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재난 발생시 제시되는 여러 가설들은 앞으로의 재난 방지와 대처방법의 개선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으므로, 정부는 이의 검증에 필요한 연구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서둘러서 대중에게 발표되는 검증되지 않은 가설은 필요 이상의 불안감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김현수<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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