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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산이 세워준 두 인물
임보경 역사문화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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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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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이 없는 우리네 베란다에 가을이 지고 있다. 우수수 떨어진 밑바닥에 주인의 게으름이 쌓인 듯 차곡차곡 갈잎의 마지막을 남긴다.

 자연이 주는 빨강이 노랑이 덕에 우리네 얼굴이 화사하니 호사를 누리고 있다. 지리산, 월출산, 방장산, 천원산, 내장산은 호남지방의 5대 명산이라 부르는 산중에 내장산은 전북 정읍시와 순창군을 경계로 1969년부터 관광지로 지정되어 왔다. 그후 1971년부터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단풍이 드는 시기엔 연중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내장산의 신비로운 풍경을 보고 간다. 올해에도 여전히 헤아릴 수 없는 인파가 물결을 친다. 내장산 주인장은 오늘도 손님맞이에 두 팔 다 걷어붙이고 혼이 나간다. 무엇이 그리 신비롭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까?

 가만히 그 속을 들여다보니 원래 본사 영은사의 이름을 따서 영은산이라고 불리었는데 산속에 숨겨진 자연의 보물이 무궁무진하다하여 내장(內藏)산이라 부르게 됨을 알 수 있었다. 산과 호수의 조화 속에 4.5km의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는 내장호에서 한 시간 정도의 자전거와 두발로 살살 굴리고 걸어볼 수 있었다. 신비로운 매력을 가진 내장산 자락에서 두 분의 옛 분을 뵐 수 있었다.

 영민했지만, 무력의 힘에 억압당해야 했던 왕으로 삼촌(수양대군)에 의해 왕위를 뺏기고 목숨까지 내놔야 했던 조선 왕 단종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분의 릉은 강원도 영월 장릉에 모셔져 있지만, 장릉 한쪽 구석에 정비인 정순왕후 송씨를 표현한 한 그루의 소나무만이 그 외로움을 달래고 있음을 몇 해전 장릉에서 그리움을 표현했다. 오늘 찾은 곳은 그 여인의 검소함과 공손함 그리고 절개를 지키다 수많은 세월을 82세의 춘추로 돌아가심에 통증과 숙연함을 전북 정읍시 칠보면 태생지에서 그녀를 뵈었다. 가을걷이에 한창인 칠보면 주민들 가을은 이렇게 풍성하고 인심이 후덕해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홍시감 내어줌이 정이거늘 얼마나 춥고 배고프며 그리웠을까? 15세에 단종과 혼인하여 왕비가 된 지 얼마 안되어 단종이 상왕으로 물러나며 왕대비에 머물고 사육신 등의 단종 복위운동에 강원도 영월로 유배가는 마지막 모습은 지금의 청계천에 있는 영도교에서 마지막 이별을 하며 영원히 건너가신 다리로 후세에 불리어지면서 그 아픈 영원한 이별을 감히 대신한다. 18세에 궁궐에서 쫓겨나와 흥인지문(동대문) 정업원에 초가를 마련하여 3명의 시녀와 세조(수양대군)가 내려준 보살핌을 거절한 채 자줏빛 염색을 생업으로 하며 한 많은 생을 동망봉에 올라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애처롭고 한스럽게 먼저 간 남편을 향해 통곡하였음은 우리에게 참 많은 마음을 전한다.

 그녀의 태생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불우헌 정극인(1401태종 1∼1481성종 12)과 무성서원이 있다. 그는 정계에서 퇴임하고서 상춘곡(賞春曲)을 남겼다.

 공명이란 명예와 권력이요. 명예도 부귀영화도 나를 싫다함은 화자가 부귀영화도 다 싫고 가난한 삶일지라도 자연과 벗함이 100년을 편안하게 누림을 표현한 가사이다.

 번거롭고 속된 세상과는 거리를 두고 자연세계에 자신을 담고자 했던 그는 정계 은퇴 후 머무는 자연의 자리가 부귀와 공명에 물든 속세와는 거리가 멀며 정계에 뜻을 두지도 욕심내지도 않는 삶이 자연을 마음껏 완상하는 모습으로 표현하였다. 세종에서 성종 때까지 귀양과 사직 그리고 다시 복귀된 과정을 통해 그는 무엇을 느꼈을까? 세조 수양대군 단종의 왕위 찬탈을 바라보며 낙향해야 했던 그의 심정은 그와 함께했던 동시대인들의 망연자실을 대변하지 않았나 싶다. 속세에 사는 이들은 공명과 부귀를 버리지 못하니 욕심은 욕심을 낳으니 끝이 없음이라. 그러나 그 주변에 들끓는 이는 아첨하는 이만 득실대니 벗할 친구가 없음이 얼마나 안타깝고 어리석은가를 정극인은 말하고 싶었으리라 본다.

 내장산의 보물은 아름다운 경치와의 조화속 산자락에 인물을 세워주니 참으로 커다란 보물창고라 부름이 당연하다고 본다.

 한 여인은 지조로서 인간의 본능을 다 내려놓고 남편이자 조선의 왕인 단종에 대한 애통함을 한 많은 세월로 목숨을 이어나가 우리에게 많은 애잔함으로 역사속에 가느다란 이야기를 굵고 재평가의 기회를 주지 않았는가?

 또한 정치인으로서 얼마나 많은 유혹과 명예에 대한 욕심이 솟구쳤을텐데 강직한 주관과 충직으로 세속을 떠나 아름다운 문학작품으로 탄생시켜 부귀영화를 벗어나도 가난한 삶 속에서도 자연을 벗삼으며 안빈낙도하는 모습으로 승화시킬 수 있음을 우리에게 인식시켜 주지 않았는가?

 쿠데타를 일으켜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 주었던 지도자일지라도 그의 업적은 업적일 뿐 우리 후손에게 남아있는 이미지는 쿠데타의 후유증만 오래가고 있지 않은가? 명예와 부귀를 놓지 못해 창살 없는 감옥에서도 국민이 낸 세금으로 보호받으며 다시 재기의 기회를 엿보는 세속인들의 민낯이 오늘따라 참 부끄럽다.

 임보경<역사문화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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