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축적
변화와 축적
  • 홍용웅
  • 승인 2017.11.1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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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 지방을 막론하고 대부분 공공기관은 해마다 경영평가를 받는다. 평가결과 가~마(혹은 S~D) 중 한 등급을 주는데, 기관의 명예와 경영노선에 끼치는 영향이 실로 막대하다. 그래서 기관장 이하 전 직원이 몇 달 동안 달라붙어 멋진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진땀을 흘린다.

 경영평가용 보고서는 700쪽이 넘으니 거의 목침 두께다. 보조 자료까지 더하면, 조금 과장해서, 수레 하나 가득이다. 스마트한 도표와 사진을 군데군데 배치하여 보는 이의 눈을 현혹하고, 모범사례를 가미하여 평가자의 심금을 울리려 애쓴다. 피라미드처럼 쌓인 온갖 실적과 성과, 그리고 미사여구로 가득한 자화자찬에도 불구하고 이런 유의 보고서가 감동을 주기는커녕 지루하기만 한 까닭은 무엇일까?

 거기에 핵심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책 대상인 고객 입장에서 무엇이 변했는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존립의 목적은 실적의 과시가 아니라, 국민(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다. 기업을 몇 개 지원했고 재원을 얼마나 투입했는지보다는 이를 통해 기업과 사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가 고객은 더 궁금하다.

 예를 들어 교정시설의 경우, 수감자 수보다 개과천선의 실현 여부가, 의료시설의 경우, 병상 점유율보다 건강 회복도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공공기관 평가는 수량의 증감보다는 질적 변화를 우선시해야 하며, 양적 측면은, 후술할 축적이라는 시각에서 중요하긴 하지만, 혁신 요인으로 작용하느냐 여부에 따라 그 대접도 달라져야 한다.

 공공기관의 경영방향 역시 사업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가치창조와 고객만족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지도자와 직원의 합심 노력과 고객의 지지가 이 같은 지향선 상에서 서로 만날 때 기관-구성원-고객을 잇는 아름다운 성공의 기하학이 탄생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변화추구의 과정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있으니, 축적이 그것이다. 여기서 축적이란 바로 데이터의 축적을 말한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데이터 없이는 과거를 알 수 없고, 미래를 예측할 길도 없다. 고객의 기대와 성향의 변화도 예견할 수 없을 것이다.

 변화의 설계는 데이터로부터 시작된다. 매시 매월 매년 쌓이는 자료와 통계를 착실히 수집, 분류, 보존하여 빅 데이터를 형성해가지 않으면 장차 가망이 없다. 정보야말로 지식, 지혜, 변화의 광맥이기 때문이다. 이를 어떻게 가공하여 어떤 시사점을 찾느냐에 우리의 앞날이 달려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입에 달고 사는 4차 산업혁명도 한 마디로 종래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능화를 꾀하자는 것이다. 알파고 역시 데이터(기보)의 축적이 낳은 괴물이다. 앞으로 권력은 총구가 아니라 데이터에서 나올 것이다.

 그러면 우리 상황은 어떤가? 솔직히 유구무언이다. 법인설립 후 20년이 지난 경제통상진흥원이건만 특별히 빅 데이터라 부를만한 축적물이 없고, 사업별 데이터의 집적 또한 미흡한 형편이다. 이제부터라도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자료의 축적, 관리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 나아가야 한다.

 양의 증가가 질의 변화를 가져온다! - 헤겔의 양질전화(量質轉化)의 법칙이다. 축적은 변화를 낳고, 변화는 축적을 가능케 하니, 이 둘은 변증법적으로 상생 발전한다.

 홍용웅<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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