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치러진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한 발언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는 억만장자들이 부와 권력을 대표하는 후보를 선택해서 뽑는데 수천억을 쓰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은 슈퍼팩을 거부하고 1인당 2,700달러 이하의 소액 후원을 통한 모금만 하겠다고 선언했다.

　슈퍼팩은 슈퍼(SUPER)와 팩(Political Action Committee, 정치활동 위원회)의 합성어로 특정 후보와 ‘직접’ 연계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PAC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무제한으로 (모금 대상 및 자금 규모 포함) 모금활동을 할 수 있으며 미국 정치자금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모아진 어마어마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해당 위원회가 추구하는 정책, 사상에 대한 무제한적인 광고 등이 가능한 실질적인 편법 무제한 정치자금 모금 집단으로 볼 수 있다.

　전국단위로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는 엄청난 인적, 물적 자원이 소요되므로 후보자들은 항상 후원금 모집에 열을 올려 왔다. 수백만 달러가 모금되는 슈퍼팩은 특정 이익을 대변하는 기업집단이나, 특정 정치이념을 공유하는 집단일 수밖에 없으므로 후보자는 당선되더라도 이 후원금이 절대 대가 없이 받는 후원금이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슈퍼팩에 기대지 않고서는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없는 미국 정치의 현실 속에서 샌더스 의원의 모금활동은 의외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고액의 후원금을 내는 부유층의 정치적 이익을 대변하기보다는 소액의 후원금을 통해 다수의 중산층 등의 지지자를 확보하고자 하는 샌더스 의원의 선거운동 전략과 중산층 등의 소액후원을 통한 정치참여 의지가 결부되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결과 버니 샌더스 후보의 정치후원금 중 약 80%가 소액후원금으로 파악되었고 1인당 평균 기부액이 약 30달러(33,000원) 정도로 5달러(5,500원 정도), 10달러(11,000원 정도)를 보내는 지지자들도 많았으며, 심지어 1인당 기부 상한치인 2,700달러 (3,000,000원 정도)를 채운 기부자는 전체의 0.03%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같은 민주당 내 경선 후보자인 힐러리 클린턴은 전체 후원금 1억 8,800만 달러(약 2,270억 원)의 약 31%인 5,750만 달러(약 694억 원)가 슈퍼팩에서 모금하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슈퍼팩에 대해 민주주의의 적이라 부르며 경멸해 왔으나, 공화당 후보들의 슈퍼팩들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오바마를 비난하는 TV 광고로 융단폭격을 퍼붓자 결국 현실을 인정해 자신을 지지하는 슈퍼팩인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에 지지의사를 표명하기에 이르고 말았다.

　오바마 측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했으나,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했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선거를 치르는 데 있어 정치후원금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흔히 정치후원금 하면 우리 정치사에서 중대한 사건마다 등장해 사과상자, 차떼기 등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됐다. 이러한 문제는 선거를 포함한 모든 정치활동을 하기 위한 자금을 모금하는 방법에서 투명한 방법이 아닌 편법과 온갖 불법적인 방법으로 모금해왔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가 바로 정치후원금이다.

　합법적인 정치후원금 기부, 기탁은 후보를 지원하는 동시에 정치인들이 정치활동을 함에 있어서 국민의 의사가 하나하나 반영될 수 있다는 직접민주주의 실행의 또 다른 발걸음이자 앞으로 살아갈 우리의 사회를 지금보다 더 밝은 미래로 만들 수 있는 정치참여 방법의 하나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자금법제도에서 정치후원금이란 정당이나 정치인의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말하는 것으로 본인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후원하고자 할 때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후원회에 기부하는 방법(후원금)과 정치자금을 기부하고자 하는 개인이 정치자금법 규정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하는 방법(기탁금) 두 종류가 있다. 우리는 이러한 정치후원 및 기탁을 통해 투명한 정치자금문화를 만들 수 있다.

　소액 다수의 투명한 정치 후원금은 기존의 우리나라 정치문화의 뿌리깊게 자리 잡은 부정부패를 없애고 깨끗한 정치문화 그리고 공정한 나라를 만드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김제시선거관리위원회 공정선거지원단 정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