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화 선생 문집 ‘완산골 선비의 국가개조론’
류화 선생 문집 ‘완산골 선비의 국가개조론’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11.1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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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중후기 완산골 전주에 살면서 국가개조론을 주장한 선비의 문집이 빛을 보게 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전주류씨 시사재대종회(이사장 류건대)가 펴낸 ‘완산골 선비의 국가개조론(신아출판사·전 3권)’은 조선시대 중후반기 17세기 전주 원동에서 살다 간 수졸재 류화 선생이 평생 주장한 국가개조론을 천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큰 강물처럼 펼쳐내고 있다.

 수졸재 류화 선생은 전주시 원동에서 1631년(인조 9년) 태어나 1697년(숙종 23년) 작고했다. 인조와 효종, 현종, 숙종 연간에 보령현감, 강령현감, 흥해군수, 예조정랑, 병조좌랑 등을 지내며 국정에 참여하고, 조선을 세우기 위한 국가개조에 몸을 바친 인물이다.

 이 책은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 이춘구 교수가 1834년(순조 34년)에 발간된 수졸재유고 목판본 3권 3책을 바탕으로 번역하고 편집한 것이다. 목판본은 류화 선생의 후손 류정(柳淀), 류준(柳浚), 류성양(柳聖養)이 편집·간행했으며, 권두에 송치규(宋穉圭)의 서문이 있고, 발문은 없고, 규장각 도서에 보존돼 있다.

류화 선생은 17세기 완산골 전주뿐 아니라 전국의 학자, 정치인들과 만나며 이상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국가개조론을 평생 주장했다. 마치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이상국가론을 보는 듯 한데, 편역자도 “류화 선생과 대화하는 전체 과정에서 느끼는 느낌은 이상세계(Idea)에 도달하기 위하여 거세게 도전하고 방법론을 설파하는 점이다”고 적고 있다.

 그 핵심은 도(道)가 물 흐르듯이 실현되고 성인이 이끄는 세상에서 백성들은 격양가를 부르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도는 삼강오륜을 벼리로 하며 착한 인간본성의 결정체다. 이 도가 공동체 곳곳에서 실현되고, 사농공상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 역할을 다하면 이상세계가 실현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상세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성인과 현인의 출현과 역할이 중요할텐데, 류화 선생은 유학에서 고대에 이상세계를 실현했다고 하는 요순우탕문왕(堯舜禹湯文王)과 공자, 맹자 그리고 율곡, 성혼 등의 철학을 그 방편으로 제시한다. 더 나아가 김집과 송준길, 송시열 등의 철학과 당시 공직에서 만난 유학자들의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류화 선생은 “성인이 일어나니 만물이 분별되도다!”라고 주역의 뜻을 풀이하면서 성현에 의한 정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지성인으로서 우리가 살면서 부딪치는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철학과 명분을 지키기 위하여 선비의 길을 갈 것인가? 부귀와 명예를 얻고 출세를 하기 위하여 타협하여야 할 것인가?”하는 문제일 터. 류화 선생은 기본적으로 지혜롭게 두 가지의 길을 가도록 권한다. 그러나 국가개조라는 대의명분 앞에서는 철저하게 선비의 길을 가야 한다고 온몸으로 주장한다.

 사실, 류화 선생은 인생의 고비 즉 벼슬살이에 나가 승진이나 보직을 받을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자신의 철학의 관철과 자신이 속한 당파의 명운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인 것. 꼿꼿한 성격 때문에 서인이나 노론이 정치적으로 위축될 때 결정적으로 타격을 받았던 그다.

 그렇게 고난을 받을 때마다 류화 선생은 고음시(苦吟詩) 등을 통해 자신을 다스리고 안빈낙도의 은거생활을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여러 시문을 통해 지혜롭게 벼슬살이를 하며 국가개조의 큰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했다. 선생의 철학에 관한 통찰과 경륜 그리고 여러 정책 등을 고려하면 지극히 전략적으로 삶을 살았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선생은 나라와 조직을 망치는 간신을 극력 배척하였지만 충신의 길을 가기 위한 지혜로운 처세까지 배척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편역자는 특히 현대적 관점에서 류화 선생의 사상과 철학을 이해하고, 요즘말로 번역하려고 공을 들였다. 그러면서 “400년 가까운 세월의 격차가 마치 백짓장과 같아 앞에서 류화 선생을 뵙는 것 같다. 그만큼 대화가 편하고 이해하기 쉬웠다”고 했다. 세계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충돌과 위기 속 지혜로운 처방이 더욱 필요한 때, 완산골 조그마한 동네에서 유토피아를 꿈꿨던 류화 선생이 더 큰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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