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VS 정치보복
적폐청산 VS 정치보복
  • 김광삼
  • 승인 2017.11.1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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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검찰이 무척 바빠졌다. 연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과 국방부에서 일했던 고위 관계자들이 포토라인에 서고 있고 최고 책임자로 일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관진 전 국방장관은 이미 구속되어 수사를 받고 있다.

 보수정권 9년 동안 쌓여 있던 적폐청산을 수사하는데 서울중앙지검 검사 전체 242명 중 97명이 수사를 하는 것을 보면 지난 정권에 쌓인 적폐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이를 신속하게 처리하려는 검찰의 의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는 달리 촛불민심과 탄핵이라는 역사적 변곡점을 겪으면서 탄생을 했고 그러한 이유로 국민의 지지와 요구에 부응할 필요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9년간의 보수적폐의 원인을 이명박·박근혜 전대통령 개인의 단순한 비리에 그치지 않고 당시 있었던 정권 전체의 구조적 특권과 비리에 있다고 보면서 그러한 환부를 도려내지 않고는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는 아주 강력한 의지로 적폐청산에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폐청산에 대한 수사를 전적으로 검찰이 담당하고 있는바, 이는 적폐 자체를 정치적 그리고 제도적으로 청산하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고 또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측면에서 보면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통하여 하는 것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전 정권의 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한 것은 현 정부가 처음은 아니다.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정부는 직전 군사독재정권의 유산을 청산한다는 취지로 “역사 바로 세우기”를 표방하면서 5.18 책임, 비자금을 조성을 통한 뇌물혐의 등으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같은 법정에 나란히 세웠고 군대 내의 사조직인 하나회를 척결하면서 국민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다.

 당시는 군사독재정권에서 문민정부로 바꿨었고 군사독재의 잔재를 척결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를 보면 대대적인 청산작업을 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그때 더욱 강력한 적폐를 청산해야 했음에도 근본적인 청산이 되지 않고 정권 수뇌부 몇몇이 처벌받는 것으로 끝났기 때문에 그 당시의 적폐가 이제까지 대물림이 되었을지 모른다.

 보수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개혁이 아닌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면서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를 퇴행적 시도라고 규정하면서 결코 성공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자신에 대해서 “감정풀이” 또는 “정치보복”을 하고 있으며 “새로운 정부가 들어와서 오히려 모든 분야가 갈등과 분열이 깊어졌다”는 취지의 비판 메시지도 남겼다.

 나아가 “군의 조직이나 정보기관의 조직이 무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면서 “안보위기”를 적극적으로 부각하고 적폐청산을 안보위기와 연결해 보수진영에 불안감 심리를 자극하고 이를 통하여 보수층의 결집해 방어막을 치려는 전략적 의도가 있어 보인다.

 이와 같은 발언은 검찰수사가 이미 턱밑까지 도달한 상황에서 가만히 있다가는 손 한번 못쓰고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자신을 향해 좁혀오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반격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국정원장은 2012년 대선 댓글관련 국정원법상 정치개입, 선거개입으로 이미 실형을 선고받았을 뿐 아니라,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도 국군사이버사령부 정치공작으로 인하여 구속되었고 그와 같은 범죄혐의와 관련하여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시하거나 보고한 정황이 관계자의 진술과 문건을 통하여 명백하게 나타나는 상태에서 이를 단순히 전 대통령을 향한 정치보복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위와같은 전략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70퍼센트가 넘는 상황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 다거나 보수층에서 조차 절대적 동의를 얻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검찰의 적폐 수사과정을 보면 이전 정부에서 수사는 대부분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하여 하명식으로 개시되었지만 현 정부는 공식적인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하고 있는 점에서 다르다.

 사실 검찰의 입장에서는 현행법상 수사의뢰가 들어오면 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하지만 검찰도 적폐수사에 있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이전 정권에서 빠져들었던 “정치의 늪”에 빠져선 안된다. 이럴 때일수록 검찰은 스스로 기준을 잘 세우고 사법기관으로서 법과 원칙에 따라서 하여야 하고 정권 맞춤형 수사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이것이 바로 검찰의 독립이고 개혁을 향한 올바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검찰은 이번 적폐수사를 통하여 신속하고 공정한 법집행을 반드시 하여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정권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검찰에서 탈피하고 국민의 적극 지지를 받은 사법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 또한 땜질방식이 아니라 근본적인 환부를 도려내는 엄정한 수사를 하여 향후 현 정부를 포함하여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 되는 비리의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김광삼<법무법인 더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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