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는 전주만 있는가
전북에는 전주만 있는가
  • 이춘석
  • 승인 2017.11.14 16:38
  • 댓글 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여정부 당시 헌재는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관습헌법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나름 법조인으로 수십 년을 살아왔지만, 성문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관습헌법이 존재한다는 얘기도, 더욱이 관습헌법이 성문헌법보다 우월하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관습’이라는 말은 그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고착화된 헤게모니’와 다르지 않은 말로 들렸다.

 그 관습헌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서울의 헤게모니라는 것이 감히 헌법이라는 지위를 얻을 만큼 막강하다는 것도 개탄스러운 일이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식의 ‘관습’ 적 헤게모니가 비단 서울과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엔 서울만 있느냐는 탄식은, 호남에는 광주만 있는가, 전북에는 전주만 있는가 하는 문제의식으로 층위만 달리한 채 그대로 전이된다. 국책사업을 하든지 시범사업을 하든지 일단은 서울과 수도권이 몇 개를 선점하고 난 후 남은 몫을 지방으로 하나씩 안배해 주는 것에 우리는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그 지방 몫을 차지하는 곳은 으레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도시들이다.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라면 호남의 수도는 광주, 경남의 수도는 부산인 셈이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조차 ‘수도’를 벗어나 주변부 신세를 면치 못하는 지역들은 늘 이중차별의 벽이 서럽고 한스럽다. 필자가 예결위 간사를 하며 익산에 새로운 산업을 유치하려고 했을 때 “호남에 익산도 있었느냐?”는 부처 관계 공무원의 호기로운 질문이 더 아프게 들린 것도 그러한 까닭이다.

 다시 예산시즌이 돌아왔다. 도에서 제출한 주요사업 목록을 받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다. 아직 예산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전주시에 배정된 사업은 가짓수만 치더라도 다른 지자체들 평균치의 두 배가 넘었다. 전주에 배정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도 아니고, 사업내용이 합당하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왜 전주인가’가 아니라 ‘왜 전주가 아니면 안 되는가’이다.

 돌아오는 답변은 늘 한결같다. 인구가 가장 많으니 사업 타당성이나 수익성이 좋게 나온다는 것이다. 수십 년간 반복해온 이 논리 덕분에 전북 면적의 2% 남짓에 불과한 전주에 전북 인구의 3분의 1이 거주하고 있다. 지방의 인구 자체가 적어서 심각성을 못 느낄 뿐이지 비율로만 본다면, 전국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국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고 있는 수도권 집중보다 훨씬 더 심각한 편중이다.

 그러나 인구가 많아서 예산을 준다는 것은, 체급이 크니 메달을 준다는 식의 다분히 행정편의주의적이고 몰가치적인 정책결정기준이다. 비용편익분석만으로 정책결정을 한다면 알파고한테 맡기면 되지 굳이 왜 선거를 통해 민의를 수렴하겠는가. 지방의 도민들도 대통령을 뽑았고, 전주에 살지 않는 도민들도 도지사를 뽑았다. 전기조차 잘 들어오지 않는 동네 주민들도 조금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서울 강남에 사는 주민들과 똑같은 한 표를 던졌을 것이다.

 새 정부가 약속한 개헌의 주요쟁점 중 하나가 지방분권이다.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헌법규정에 구현해내려면 단합된 지방의 힘이 절실하다. 지방의 목소리가 단결되지 못한다면 선언적인 원칙을 확인하는 데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서울의 수도권 중심적 사고를 비판하기에 앞서 전북의 자화상을 먼저 돌아보는 것이 순서다. 서울도 전주도 아닌 주변부에서 소외되어 온 주민들은 서울 중심의 대한민국을 비판하기에 앞서 전주 중심의 전북은 과연 뭐가 다른가를 먼저 물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이중차별의 한을 뼈아프게 겪어 온 전북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전북이 먼저 선구적 모범을 보여주길 진심으로 촉구한다. 관습헌법의 틀은 어떻게 깨는 것인지, 비용편익비율보다 더 중요한 예산배정의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전북에는 전주 외에도 기회만 주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지역들이 얼마나 많은지, 전북이 먼저 보여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강력한 지방분권의 당위성은 없을 것이다. 전북형 지방분권이 선진적 모델로 소개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이춘석<국회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6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익산 2017-11-22 14:53:28
전주때문에 전북은 망한다 전북몫은 전주로가니

이춘석의원님 존경 2017-11-20 15:18:41
의원님, 존경합니다. 동부권 무궁무진한 천혜자원을 개발여, 새만금과 더불어 전북이 골고루 잘 살도록 해야 합니다. 전주외 지역도 예산 마니 줍시다...

정읍 2017-11-16 12:17:51
우리는 여러므로 전주보다는 광주가 더 가까워서 광주생활권이라 여기 출퇴근도 엄청많이하고 그냥 그리고 전북몫은 무조건 전주로만 오더라 그게 더 싫다

군산짱 2017-11-16 06:18:57
전북몫으로 가지고오면 다 전주로가고 짜증난다 수산물품질관리원 군산으로배치해라 전주독식하지말고 우리가 전주부속도시냐 전주예속 짜증난다

ㅇㅇㅇ 2017-11-15 21:33:55
익산에서 3선에, 민주당 사무총장이나 하면서도 무진장에서 3선 하셨던 현 정세균 국회의장만큼의 인지도, 영향력 없는 건 당신의 정치인으로서의 무능입니다 애꿏은 전주 찾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