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조심 강조의 달에
불조심 강조의 달에
  • 유우종
  • 승인 2017.11.1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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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의 일이다. 곤히 잠든 새벽녘에 불이 났다는 고함과 웅성거리는 소리에 어머니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어느새 의용소방대원들이 소집되어서 완용펌프를 끌어오고 열심히 펌프질을 시작하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한참 떨어진 우물로부터 두 줄로 섰다. 제각기 들고 나온 물통을 옆 사람에게 전달해서 커다란 통에 물을 부어주는 일을 자처한 것이었다.

 허술한 목조주택인 탓에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집은 앙상한 뼈대만 남기고 홀랑 타고 말았다. 집주인 아주머니는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발을 동동 구르고 대성통곡을 했다.

 이튿날 사람들은 거처를 잃은 이웃을 위해 쌀이며 김치를 가져오고 빈집을 수리해서 살도록 조처했다. 화재를 생각하면 항상 어릴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이글거리는 불길과 불속을 오가며 불을 끄는 소방대원들, 그리고 두 줄로 늘어선 마을사람들, 미친 듯이 울부짖는 아주머니, 그리고 이튿날 행해진 자발적 구호활동은 두려움과 감동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일까. 소방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많은 화재와 재난사고를 경험하고 이제 유서 깊은 항구도시 군산의 소방서장으로 중책을 맡게 되었지만 불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하다. 군산은 오래된 목조건물과 신식 고층건물이 혼재하여 있고 기름과 인화성 페인트를 취급하는 선박도 많다.

 날씨가 추워지고 찬바람이 불면 온기가 그리워 불을 가까이 하고 전기와 기름을 이용해서 난방을 하게 된다. 화재발생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는 것이다. 일단 불이 나면 소방관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들어 불을 끄겠지만, 불은 삶의 거처를 한 순간에 잿더미로 만들고 인명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에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방관서에서는 11월 불조심 강조의 달을 맞이하여 홍보를 하고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아무쪼록 많은 시민들이 불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화재를 예방하여 따뜻하고 안전한 겨울을 났으면 좋겠다.

 군산소방서장 유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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