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강을 지켜야 전북의 미래가 있다
만경강을 지켜야 전북의 미래가 있다
  • 이한교
  • 승인 2017.11.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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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만경강 자전거 길을 달리다 보면, 둔치에 억새와 갈대가 어우러져 장관이다. 적어도 필자가 보기엔 그렇다. 한마디로 갈바람에 살랑거리는 그 모습은 어디와 비교해도 빠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인위적인 꾸밈이 아니라 자생적으로 만들어졌기에 그 가치가 높다 할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많은 사람이 찾아와 보고 느끼며, 행복한 삶을 구가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왠지 우리의 곁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시민에게 친수공간을 조성한다고 하천 정비사업을 했으나 실패했다고 본다. 이에 익산시는 접근성이 떨어져 시민들이 찾지 않는다며 대규모 택지개발을 강 주변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다. 강이 만신창이가 되어서야 후회할 것인가. 중국의 부자들처럼 깨끗한 환경을 찾아 이민을 떠나게 만들려는가. 이 강은 익산시만의 소유가 아니다. 이 강은 전북의 젖줄이며 후대에 물려줄 유산이다. 수천억 원을 투입했으나 사람이 찾지 않는다면 분명히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무리한 개발로 자연을 파괴했거나 관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거의 매일 만경강 자전거길로 주행을 한다. 아쉬운 점이 많다. 주변 축사로 인한 악취, 벌레 먹어 군데군데 사라진 가로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자전거길 등, 둔치 안으로 들어가 보면 그 실태가 더욱 심각하다. 불법으로 버려진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보다 못해 개인적으로 가끔 쓰레기를 주워 오기도 하지만 화물트럭으로 버려놓은 쓰레기는 감당할 수가 없다. 그 양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 내용물은 건축폐기물, 생활용품 및 가구, 날카로운 유리 조각들, 심지어는 집에서 사용했던 물건들과 각종 농약 살포에 쓰였던 잡다한 물건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낚시터는 더 가관이다. 가족과 동호인끼리 텐트를 치고 즐기는 것은 좋지만, 밤새 매운탕을 끓여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그대로 버리거나, 부탄가스통, 소주병, 맥주캔, 라면 봉지 등 각종 쓰레기를 그대로 두고 간다. 더 심각한 것은 눈에 뜨이지 않도록 감춰 놓아서 치울 기회까지 빼앗아간다는 것이다. 다시 또 낚시터를 찾을 땐 그 자리를 피해 깨끗한 옆자리를 선택하다 보니 점점 낚시터 오염 면적이 넓어지고 있다. 또,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세운 쇠말뚝과 바위 돌을 파손하거나, 길을 우회해 차를 끌고 들어가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물론 일부 극소수가 저지르는 행위지만, 바로바로 치우지 않아 강이 점점 망가지고 있다.

  우리는 모두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 특히 지자체도 그러하지만, 개인이 취미 생활을 위해 막무가내로 자연을 훼손해도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훼손은 범죄다. 누가 보고 있지 않는다 해서 파괴하거나 그 원인을 제공하는 행위가 결국 재앙을 불러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발과 취미라는 명목을 내세워 자연을 파괴한다면 눠서 침을 뱉는 격이다. 그런데도 시내 중심가에서 5km나 떨어져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강변에 대규모 주택을 건설하려는 것은, 그 넓은 강에 쓰레기를 차떼기로 투기하는 것은, 낚시터를 오염시키는 것은 엄연한 범죄 행위다. 인간은 자연 안에서 자연과 더불어 상호 작용을 통해 사는 존재일 뿐이다. 따라서 자연을 대상으로 행위를 하기 전 자연의 관점에서 미래를 봐야 한다. 더 늦기 전, 혹독한 대가를 치르기 전, 우리가 당장 만경강을 보호하려면,

  첫째, 지금 현재 만경강의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개도와 함께 감시 감찰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강에 ‘국가지점 번호판’을 곳곳에 설치 불법신고에 대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GPS 좌표를 이용한 드론 시스템 등)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불법 투기한 폐기물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를 통해 반드시 투기자를 밝혀내야 하고, 과태료를 물게 해야 한다. 현행 손수레나 운반 장비를 이용 투기 시 과태료 50만 원을 10배 이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

  넷째, 둔치로 무단진입하려는 차량을 막기 위해 CCTV를 설치해 자연훼손을 막아야 한다.

  만경강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전북을 가로지르는 우리의 젖줄이다. 이 강은 앞으로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야 할 자연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동안 파고 뒤집고 시멘트로 덧칠되고 있는 만경강의 아픔을 먼저 치유해야 한다.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머리맡에 대규모 주택단지 조성으로 사람을 불러들이겠다는 발상과 쓰레기를 버리는 넓은 장소로만 착각한다면 슬픈 일이다. 이는 마치 아마존 원시림을 벌목하고 불을 질러 농토를 확보하고서 땅을 치며 후회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이한교<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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