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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통한 삶의 성찰시를 통한 인성교육 사례 ⑤
김영관 우림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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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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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임에 대하여 /안오일

 

 책장 정리를 하는데

 덜 찬 책꽂이의 책들이

 자꾸만 빈 공간 쪽으로 쓰러진다

 책 한 권 비스듬히 세워 놓으면 되는데도

 번듯한 폼에 어긋나므로

 몇 번이고 다시 바르게 세워보지만 마찬가지다

 결국 맨 끝 쪽 책을 약간 기울여 놓으니

 기울임에 살짝 의지하여

 바로 서는 책들,

 

 기울인다는 건

 불안한, 거슬리는, 한쪽이 낮아지는

 그렇게 폼 잡을 수 없는

 도둑맞은 생의 각도 같은

 

 그 기울임이 다른 생을 일으킨다

 애당초 기울임 속에는

 바로 선 것들이 살고 있다

 

 『화려한 반란』 (삶창, 2010)

 

  ‘기울임에 대하여’ 전문이다. 이 시를 제시하기 전에 교사는 한 장의 사진을 먼저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서가에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는 사진이었는데, 서가 한 칸을 다 채우지 못해, 맨 끝 책을 살짝 기울이게 하여 다른 책이 넘어지는 것을 막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 사진을 보고 느낀 점을 말해보게 했다. 대부분의 반응이 “책장에 책이 있다”, “책이 넘어가지 못하게 한권을 비스듬하게 세웠다” 식의 눈에 보이는 현상에 대한 반응뿐이었다. 이번에는 이 사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삶의 성찰이나 교훈에 대해 말해보게 했다. 대부분 사진 속 현상에만 집중할 뿐 삶의 성찰과 관련되는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시 작품을 제시하고 사진과 시의 의미관계를 생각해 보게 했다. 그때서야 “아하!”. “야, 멋지다”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시치료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는 학생들은 자연 현상이나, 사물, 사건 등에서 시가 촉발되는 것에 낯설어 했다. 시는 시인의 이해하기 힘든 감정을 어려운 언어로 압축해서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이해하는 과정을 시공부라고 생각했다.

  시인 안오일은 2016년 『화려한 반란』시집을 재출간하면서 작가의 말을 통해 “지치고 무섭고 슬펐던 시간이 결국 나를 품어준 품이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시인은 ‘관계론적 사유’를 통해 모든 것은 서로 대립하면서 조화롭게 새로운 가치를 생성하는 공존의 방식을 말한다. ‘기울임’이란 애당초 ‘불안하고, 거슬리고, 대립에서 한쪽이 낮아지는’, 그래서 ‘폼조차 잡을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다른 것들이 완전해지고 바로 설 수 있다면, ‘기울임’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며, 그 ‘기울임’ 속에는 ‘애당초 바로 선 것’들이 숨어 있다는 삶의 이치를 말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항상 다른 학생들과 경쟁하면서 지내왔다. 입시와 관련된 성적뿐만 아니라 교우관계나 놀이, 휴식까지도 양보와 희생보다는 남보다 우월하기를 바라면서 지내왔다. 남에게 희생하고 양보하는 것은 마치 대학을 포기했거나, 더 나아가 인생을 포기한 것으로 여겨왔다. 이 시를 통해 학생들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기울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건강한 사회로 바로 설 수 있게 ‘기울임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고, 나는 그동안 얼마나 학교와 가정에서 ‘기울임’의 역할을 했던가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김영관 우림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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