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곳마다 눈이 호강, 과달라하라의 전통공예
발길 닿는 곳마다 눈이 호강, 과달라하라의 전통공예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11.08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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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유산을 전북 보고로 만들자 <8>
멕시코 할리스코 주 과달라하라의 남쪽에 있는 뜰라께빠께 마을에 위치하고 있는 세라믹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김미진 기자)
 멕시코 할리스코 주 과달라하라(Guadalajara)의 남쪽에 인접해 있는 뜰라께빠께(Tlaquepaque)는 아기자기함이 그만인 마을이다. 도시 중심 거리에 위치한 세라믹박물관(Museo Regional de la Ceramica)을 사이로 다양한 공방들이 마을 내 밀집해 있어 멕시코 전통공예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거리 곳곳에서 다양한 갤러리 숍들이 즐비해 눈이 호강한다. 그 곳의 공예인들은 작품을 통해 공간과 시간, 사람과 사람을 잇고 있었다. <편집자주> 

 뜰라께빠께 마을에서 시작한 전통공예 투어는 세라믹박물관에서 출발했다.

 19세기 신고전주의 건물 그대로를 활용하고 있는 박물관은 도시의 중심가에 위치해 있다. 처음에는 다른 용도로 쓰였으나, 1952년 정부로 건물이 넘어가게 되면서 1954년부터 세라믹박물관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정부가 직접 운영을 해오다 1992년부터 할리스코수공예협동조합(IAJ·Instituto de la Artesania Jalisciense)에서 운영을 맡고 있다.

▲ 세라믹박물관에서 라미로 미란다 관장이 소장 유물과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라믹박물관은 할리스코 주의 토착 예술을 장려하고 보존하고 있다. 특히 전통 도예를 보존하고 홍보하고 있는데, 지역 도자기와 그 역사를 소중하게 다루고 있다. 각각의 방으로 구성돼 있는 박물관은 스페인 정복 이전부터 스페인 정복 후, 그리고 현대의 도예까지 세라믹기술의 변천사와 흐름을 조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는 스페인 정복시대 부엌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전통부엌은 인디언들이 만든 세라믹 기술과 스페인 정복후의 변화상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돼 눈길을 끌었다.

 라미로 미란다(Ramiro Miranda) 세라믹박물관 관장은 “뜰라께빠께 마을에서는 1700년 대 200여 가구가 세라믹 그릇을 만드는 일에 종사했고, 옆 동네에는 300여 가구가 세라믹 기술이 있었다”며 “1800년~1900년 초기 할리스코주에서서 정말 많은 도자기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유통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곳 뜰라께빠께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인간의 형상을 한 토기가 있는데, 전국적으로 인기가 좋다.

 그 전통의 근거를 찾자면, 약초로도 낫지 못하는 사람이 병을 치료하고자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 땅에 묻으면 병이 낫는다는 생각으로 만들기 시작, 일종의 샤머니즘 문화로 볼 수 있다. 스페인 정복 후에는 천주교의 전파로 다양한 성물이 만들어지면서 토착 공예품과 융합된 특별한 느낌의 작품으로 승화되기도 했다.

 라미로 관장은 “현재도 140가구 정도가 그릇 뿐 아니라 세라믹 작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면서 “특히 11월에 가장 많은 세라믹 작품들이 판매가 되는데, 멕시코 시티에 있는 100년 된 전통 시장에서 뜰라께빠께에서 만들어진 인형들이 크리스마스장식 등으로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도 이 같은 전통도예 작품을 찾는 수요층이 두텁다는 그의 설명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실제, 세라믹박물관을 중심으로 마을 곳곳에는 다양한 공방들이 문을 활짝 열고 있었다.

 대대로 물려오는 전통의 방식을 고스란히 잇고 있는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현대적인 언어로 작품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공방들도 즐비했다. 공방 옆에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면서 열린 공간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으면서 소통하고 있다.

▲ 마에스트로 루이스 만자노씨의 작업모습
 5대째 돼지를 저금통을 만들고 있는 루이스 만자노(Luis Manzano)씨도 작품을 만드는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는 증조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100년 된 몰드를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어머니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은 그가 만든 돼지형상의 저금통 등은 유럽인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죽은자의 날을 앞두고는 해골형상의 물건들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유명 작가이자 세라믹박물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파블로 파하리토(Pablo Pajarito)씨는 “할리스코 주에서는 박물관에 작품을 기증하면 세금을 감면해주거나 공방 리모델링비 지원과 같은 아티스트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면서 “정부에서는 관광청에서 투어 프로그램에 장인들을 소개하고, 마을이 홍보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뜰라께빠께에서는 이 지역에서 생산된 세라믹 작품들로 도배된 부티크 호텔이나 커피숍, 상점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작품을 지역이 사랑하고, 지역에서 소화하고, 동시에 타 지역으로 유통시키면서 전통공예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자구책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멕시코 과달라하라 뜰라께빠께=김미진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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