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라도레스(Voladores), 아직 끝나지 않은 그 길
볼라도레스(Voladores), 아직 끝나지 않은 그 길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11.0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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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유산을 전북 보고로 만들자] <7>
 푸른 지구, 수많은 나라 중에서 멕시코의 무형문화유산을 취재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볼라도레스(Voladores)’때문이다. 우연히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볼라도레’. 이들의 모습을 맨 처음 영상으로 접했을 때는 새처럼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비상하고 있는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 다음에는 왜 저렇게 위험천만한 의식을 지금까지도 지속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그렇게 이끌리듯 찾아가게 된 땅. 멕시코인들은 ‘볼라도레’가 기원전부터 이어져 내려왔고,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강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제사장의 북과 피리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니, 그들의 춤이 시작된다. 더 자유롭게…. <편집자주>

 

 ‘볼라도레스(Voladores)’는 에스파냐어로 ‘하늘을 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이 제례의식은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의 여러 부족이 한 해의 풍작을 기리며 연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종의 기우제라고 이해하면 쉽다. 전설에 따르면, 기근과 가뭄이 심했던 시절에 마을의 어른들이 회의를 거쳐 신을 경배하는 뜻으로 이 같은 간청을 올리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멕시코의 연구자들은 ‘볼라도레 제례의식’이 오랜 역사와 이동성을 감안해 여러 가지 변형된 형태로 전승되어 오고 있는 것으로 본다. 그 중에서도 멕시코 베라크루스 주 파판틀라(Papantla) 지방과 엘 따힌(El Tajin) 인근의 구역은 다양한 전통들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지역의 볼라도레가 매우 상징적인 의식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특히 파판틀라의 토토낙 인디언들은 ‘볼라도레 제례의식’의 정체성 보존에 초점을 맞춰 각 지역 협회들과 모임을 갖는가 하면, ‘볼라도레’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하고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볼라도레 제례의식은’는 지난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문화유산의 에스파냐어 명칭은 ‘엘 리토 데 로스 볼라도레스(El rito de los voladores)’. 세계가 이들의 비행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된 것이다.

 

 ‘볼라도레 제례의식’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이뤄진다.

 우선, 숲에서 갓 잘라온 나무기둥을 잘라 세우는 일부터 의식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20~40m 높이에 달하는 기둥을 세우고, 그 밑에서 땅의 여신에게 바치기 위한 술과 검은닭을 산채로 놓고 기도를 올린다.

 이후 네 명의 남자가 한 명씩 나무 기둥을 타고 올라가 산의 신에게 용서를 구하고, 대기한다.

 마지막으로 이 기둥에 올라가는 다섯 번째 남자가 있는데, 이 사람은 카포랄(Caporal)이라고 부른다.

 카포랄은 기둥 끝에 마련된 사각의 지지대에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이 올라서서 작은 북이 달린 피리를 꺼내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 순간, 네 명의 남자들이 각자 하나씩의 줄에 의지해 허공으로 몸을 던진다.

 볼라도르가 진짜 하늘을 날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네 사람은 마치 하늘을 날아가는 듯한 자세를 취하면서 기둥을 빙빙 돌아 땅까지 착지하게 되느데, 그 순간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이 같은 행위를 통해 하늘의 기가 땅으로 내려와 가뭄이 그치고 비가 내려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는 바를 담아내는 것이다.

 

 ‘볼라도레 제례의식’은 파판틀라 뿐 아니라 멕시코의 유명 관광지에서도 쉽게 관람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이 보여주는 장면은 일부 변형된 모습이기는 하다. 일종의 관광상품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볼라도레 제례의식’은 하늘의 색, 공간의 분위기, 어떠한 각도에서 조망하든지 간에 매우 멋진 광경으로 손에 꼽을 수 있어 관광상품으로서는 합격점이다.

 그러나 그 의식을 행하는 사람들의 눈빛이나, 그 세계관 혹은 가치관만큼은 2,500여년 전 그 모습 그대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하늘 높은 곳에 올라가 신께 간절하게 갈구했던 그 마음을 이해하고 바라본다면, 이들의 의식을 그저 그런 관광상품으로 치부할 수는 없을 터.

 신의 보호를 받고 있는 네 명의 하늘을 나는 사람들은 오늘도 더 나은 삶을 향해 몸을 내던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결국, 멕시코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멕시코 베라크루스 파판틀라=김미진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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