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인연
아름다운 인연
  • 최상섭
  • 승인 2017.11.0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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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여정에서 삶의 고뇌는 어디까지인가? 누구나 세상을 살다보면 아픔이거나 지울 수 없는 생활의 상처가 있기 마련이지만 못 배운 한만큼 가슴을 짓누르는 서러움이 또 있을까?

  여기 늦깎이들이 모여 못 배운 고통을 다 늦은 나이에 한풀이 하듯 쏟아내는 곳이 있다. 초등학교 4년제, 중·고등학교는 각 2년제로 운영되는 이 학교에는 800 여명의 늦깎이들이 모여서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그간의 못 배운 서러움을 한풀이 하듯 열정으로 갈고 닦으며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한 폭의 빼어난 그림처럼 정열을 쏟는 모습이 순수하고 아름다워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들의 대다수는 “오빠 먼저 동생 먼저 하면서” 양보하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희생양이 된 사람들이다. 누가 은하수며 지는 달을 아름답다 했는가? 자녀를 위하고 한 가정을 바르게 가지려는 이들의 소망처럼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없지 않을 가 생각을 해 본다.

  온갖 돌부리에 체이고 옷깃을 적시는 삶의 한이 파도처럼 밀려와도 자식 키우는 보람과 내일이라는 보랏빛 희망으로 살아왔지만 못 배운 고통은 속일 수도 감출 수도 없었다. 세상을 살면서 못 배운 한 만큼 가슴을 짓누른 적이 그 몇 번이던가? 밤잠을 설치며 눈물을 흘린 적인 또 몇 날인가 생각해 보면 덧없는 세월에 못 배운 서러움은 천추의 한으로 남았었다. 모임의 자리이거나 행사장에서 우연치 않게 학교와 학력의 이야기가 나오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을 아는 이 누구인가? 쓰리고 아려오는 아픔이 오랜 시간 슬픔으로 각인되었을 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배우리라는, 꼭 배우고 말겠다는 신념 하나로 오늘을 기다려온 늦깎이들의 이 결연한 각오가 참으로 가상하다. 나는 이 늦깎이들의 그러한 결심을 가장 심오한 지혜의 사자탑이라고 높이 사고 싶은 것이다.

  이들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40대에서 6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약간의 70대와 드물게 80대 학우도 있다. 이런 나의의 분포를 볼 때 인생의 갱년기에 배움을 자초한 늦깎이들임에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나는 이 늦깎이들에게 한없는 용기와 격려의 말을 쏟아 붓고 싶고 그들 곁으로 다가가 마음 문을 열고 동행하고 싶은 것이다.

  설립된 지 11년차 되는 학교이지만 이미 대학교수로 진출한 졸업생이 있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특선을 한 한국화 화가도 있다. 이 학교 출신 시의원 도의원이 30여 분에 달하며 이 학교 출신으로 목화를 하는 성직자도 50 여분에 달한다. 매년 6-70에서 100 여명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어 입학원서를 쓰는 시기에는 각 대학 입시관계자들이 학교에서 진을 치고 있는 현실이다. 2016학년도 입시에서 서울 지역의 대학에 진학한 학생도 있고 전북대학교에 정규시험을 거쳐 진학한 졸업생이 나왔다. 졸업생들 대다수는 각계 각 층에서 세상의 소금이 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가장 모범된 애국 시민들이다.

  내 남은 생애 이 보다 더 보람된 모습을 또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더욱 결연한 의지와 사랑으로 이들과 함께하고 싶다. 나는 오늘도 새벽에 아침식사를 하고 별을 헤아리면서 기쁜 마음과 함께 이 학교로 가벼운 발길을 옮긴다.

 최상섭 /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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