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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죽음’과 ‘존엄사법’
최낙관 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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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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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과 종교의 영역으로 치부되었던 선택불가의 죽음이 이제 선택 가능한 현실이 되고 있다. ‘당하는 죽음’이 아닌 ‘준비된 죽음’을 우리 스스로 선택하고 마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내년 2월 전면적 실행을 앞둔 일명 ‘존엄사법’ 혹은 ‘웰다잉법’이 바로 그것이다. 로드맵에 따라 지난 23일부터 이른바 ‘품격 있는 죽음’을 허락하는 시범사업이 전국 10개 대형 의료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다.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담론은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핵심은 식물인간 상태인 남편의 퇴원을 요구한 부인과 이를 허락한 의사에 대해 법원이 살인방조 혐의로 형법상 유죄를 인정한 판결에 있었다. 이를 계기로 병의원에서는 죽음에 이를 때까지 치료하는 의료관행이 보편화됐지만, 환자가족 등을 중심으로 존엄사를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이후 200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환자가 인간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며 존엄사가 법적으로 인정되었다. 대법원 결정으로 마침내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정식명칭: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2018년 전면 시행되는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인으로부터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이 내려진 환자가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 등 4가지의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와 같이 자기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가족 전원의 합의를 통해 그리고 미성년 환자는 친권자가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

 물론 ‘연명의료결정법’은 존엄사를 위한 것이지 안락사를 위한 것은 아니다. 존엄사가 회생 불가능한 환자가 자신이나 가족의 선택으로 더 이상 연명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라면, 안락사는 약물투입 등을 통해 고통을 줄여 인위적으로 생을 마감토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존엄사가 헌법상 생명권 문제를 안고 있어 찬반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논쟁의 중심에는 이미 시작된 죽음의 연장에 불과한 만큼 연명치료가 무의미하다는 적극적 주장은 물론 의지표명을 할 수 없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왜곡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예외 없이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 상황과 현실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웰다잉지도사와 같은 관련 민간자격증까지 생겨나고 있다. 한마디로 이제 사회는 우리에게 죽음에 대한 준비와 선택에 대한 관리가 필요함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존엄사나 안락사와 같은 웰다잉은 이미 서구사회에서 먼저 촉발되었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이 현재 존엄사와 안락사 모두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특히 벨기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연령대의 존엄사를 인정하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규명하는 문제와는 별도로 웰다잉과 같은 법적 장치가 유행처럼 확산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시작이다. 존엄사법이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에 관한 모든 행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해서는 안 됨을 기본 원칙으로 천명하고 있는 만큼 의료와 복지 등 관련분야전문가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라북도의 경우, ‘2017년 전북형 웰다잉 문화조성사업’을 본격 추진하며 웰다잉플래너 양성 및 파견, 웰다잉 체험 교육관 운영 그리고 홍보·인식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라북도의 선제적 대응에 지지를 보내며 웰다잉 문화의 안착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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