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놀이, 그 벅찬 감동
사물놀이, 그 벅찬 감동
  • 백형호
  • 승인 2017.11.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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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중학생들이 혼신의 열정을 쏟아 온 몸으로 연주해 내는 사물놀이 한마당 잔치는 가슴 벅찬 감동 그 자체였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자랑하는 아름다운 사랑의 계절 가을, 낭만과 풍성함이 넘치는 계절에 우리 모두를 행복해주는 무대였다. 지난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전북교육문화회관에서는 2017 전북학생 음악페스티벌이 열렸다. 음악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갈고 익힌 기량을 뽐내는 무대였다. 관악공연, 현악공연, 오케스트라, 오카리나, 합창 그리고 사물놀이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행되었다. 그 중에 하나로 우리 아이들이 참가한 사물놀이 공연무대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현장에서 전율을 느끼듯이 벅차게 다가왔던 감동이 아직도 가슴 속에 잔잔한 여울로 남아 있다.

사물놀이는 꽹과리, 징, 장구, 북 4개의 악기로 이루어져 있어 있다. 이 악기들 연주는 주로 농사를 지을 때 함께하여 농악이라고 한다. 이번 사물놀이 공연에서는 삼도 사물놀이, 웃다리 사물놀이, 앉은반 사물놀이, 그리고 성당포구 사물놀이가 선을 보였는데, 이 분야에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그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웠으나 각 각의 연주마다 자리를 함께한 모든 사람들의 온 마음을 흠뻑 빼앗아가는 몰입과 열정의 한 마당이었고, 풍년을 기원하는 점은 공통점이었다.

사물놀이 공연은 먼저 점고 외치는 소리와 함께 북을 힘있게 ‘쿵! 쿵!’ 두드리며 개시의 인사를 올리며 한 마당을 여는 웅장한 멋이 있다. 잠시 숨을 고르기가 무섭게 잔잔하게 이어지는 꽹과리 소리. 점차 하늘 문이 열리며 다가오는 느낌으로 숨을 죽이게 한다. 마침내 네 개의 악기가 최대한 크게 울려대며 각각의 가락연주를 뽐내는 한마당이 활짝 펼쳐지면 온 마당 전체 아니 온 세상이 축제의 도가니에 감싸이고 뜨거운 화합의 열기로 불타오른다. 그러다가 상쇄 둘이 서로 하늘과 땅이 서로 숨막히는 기싸움을 하듯 열정을 다해 서로 화답하며 어우러지는 장에서는 절정에 이르게 된다. 이때에 북과 장구는 연속 멈추지 않고 응원을 보내며 힘을 돋아주는 묘미가 있다. 이윽고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환희 속에서 올 한해의 풍년을 감사하고 내년에도 풍년을 기원하는 풍년가로 모두가 즐거워하는 함성을 지르는 장면에서는 우리 조상님들의 한 해 농사에 흘린 땀과 얼굴의 행복한 미소가 절로 피어오른다.

사물놀이는 우리민족의 삶과 너무도 닳아있다. 하늘의 소리를 상징한다는 꽹과리와 인간의 심장소리를 닮았다고 하는 북소리의 절묘한 화합은 물론, 사물놀이에는 네 악기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주는 여유와 배려가 진하게 스며있다. 상쇄를 중심으로 징은 전체를 위해 쉬지 않고 울려대며 장구와 북은 서로 기를 받쳐준다. 세상의 어떤 어려움이 아무리 매섭게 몰아쳐도 서로서로 힘을 모아 용감하게 맞서 물리치고 헤쳐 나가는 우리 민족의 강한 힘이 녹아 꿈틀거리고 있다. 사물놀이 가락에 젖어들면 신명이 절로 난다. 아무리 힘든 일도 이겨낼 힘이 솟구쳐 나온다. 마음의 온갖 근심도 하늘의 구름처럼 사라진다. 한 바탕 어우러지고 흥겨운 한 마당이 지나게 되면 모두가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흰 옷을 입으며 소박한 삶을 살아 왔으나 거친 외침과 무자비한 자연의 난관도 극복해 왔으리라.

예전처럼 농사의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하는 우리 청소년들의 진지한 연주와 서로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며 한 몸아 되어 어우러지는 모습에서는 분명 우리 민족의 피가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이들이 키워가는 우리 문화예술이라는 나무는 그 뿌리가 더욱 튼튼해지고 무성하게 자라날 것이다. 내년에는 우리 꿈나무들이 펼쳐 보이는 사물놀이 한마당에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객석을 가득 채워 신명과 벅찬 감동을 함께하길 기원해본다.

 

백형호 함라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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