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인 필자는 얼마 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는 지금부터 절교(絶交)’라는 안도현 시인의 ‘무식한 놈’이라는 시를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적어도 안도현 시인의 세대는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일 것인데 우리 세대는 쑥부쟁이와 구절초의 생김새를 구별할 줄 아는 것은 고사하고 쑥부쟁이와 구절초라는 꽃 이름을 들어본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현재의 중·고등학생들이 꽃 이름을 일부러 찾아서 외우는 경우라고는 영어문제를 풀다 나오는 모르는 단어가 꽃 이름일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예전 세대와 달리 지금의 학생들이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잘 모르는 이유는 학업부담으로 꽃을 볼 여유와 시간이 없어 그만큼 감성도 메말라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학생들이 들꽃을 바라보고 그 이름을 불러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회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 학교폭력으로 자살하는 학생, 심각하게 다치는 학생들의 이야기들이 많이 보도된다. 우리에게 들판에 핀 꽃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어 하는 어른들이 늘어나서 꽃들 하나하나를 알아가고 싶은 여유와 감성이 생긴다면 학업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학교폭력으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져 버리는 이 땅의 수많은 안타까운 꽃들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김태준 / 전주상산고등학교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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