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0km 자전거 여행(Giro d‘ italia) : 시간과 친해지기
3400km 자전거 여행(Giro d‘ italia) : 시간과 친해지기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10.30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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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신지휴, 내 삶을 만드는 힘을 만나다] <2>

 #1. 균형 잡기


 점심 식사 이후에는 늘 외딴 곳으로 산책을 갑니다. ‘점심시간은 아무 생각 없이 살아야지!’라는 대의를 품고 나서 걸은 지가 벌써 6개월이 되어 갑니다. 황소와 대화할 수 있는 교감 코스, 나무들 사이로 마음을 비울 수 있는 명상 코스, 단언컨대 오후시간에 가장 아름다운 공대 오르막 길 관광 코스 등 혼자서 수많은 코스를 개발했지요. 왜 학교에는 산책 왕을 뽑는 대회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산책을 하러 나갔습니다. 다음 주까지 제출인 과제의 제목을 정하려는데, 어떤 단어를 선택하면 좋을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산책하러 나가면 떠오르지 않을까?’ 라며 기대감을 품고 나갔지요.

 기대감을 품고 나가면 생각이 참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발걸음에도 의미를 부여해서, 발을 내딛는 순간순간 마다 그 누구보다 위대한 철학자가 되지요. 작년 5월, 이탈리아에서는 21일 동안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과부하가 걸렸던 적이 있습니다.

 #2.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다면
 
 2016년 5월 한 달, 삶의 롤 모델인 ‘피터 사간(Peter sagan, 현 슬로바키아 자전거 선수)’을 만나고 싶어 이탈리아로 갔습니다. 2007년 데뷔전, 장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로 레이싱 자전거를 모두 제쳐 1등을 하고 두각을 드러냅니다. 무궁화호로 ktx를 따라잡는 이변이 발생했습니다. 현재는 월드 사이클 챔피언이기도 한 그가 궁금했지요. ‘그를 만나면 마음이 정화(?) 되지는 않을까?’ 라며 자전거 1대와 단돈 30만원을 가지고 이탈리아 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이탈리아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가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았지만요. 그 후에는 목표를 지로 디 이탈리아 코스 완주로 바꾸고 무작정 달렸습니다. (지로 디 이탈리아(Giro d‘ italia) : 23일 동안 이탈리아 및 인접국가 4,000km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지옥의 레이스이다.) 단지 숙소와 식량이 없었고 하루 200km를 타야했을 뿐,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잘 시간은 좀 줄었지만, 5월에 눈이 덮여있는 돌로미티 산을 보고, 만날 수 있는 눈이 파란 사람들이 많아졌지요. 다만 이상한 것이 있었다면, 하루도 지나지 않아 비를 피할 장소가 있으면 내가 잘 곳(?)이 되고, 사람을 보면 배고픔을 이겨낼 수 있는 기회(?)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도전이 끝나고 지금은 자전거를 탔던 기억보다는 ‘어디서 잤는지’, ‘어떤 밥을 먹었는지’가 더 많이 남아있습니다.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여행 이였으니까요. 그런데 참 잘 다녀왔습니다. 보다 본질 적인 문제인 ‘시간’을 보게 되었으니까요.

 시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 질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 가운데는 반드시 기간 내에 해야 할 것들이 있으니까요. 이탈리아에서는 내일도 장거리를 달려야한다는 강박에 잘 곳을 찾고, 먹을 것을 찾았습니다. 참 이상합니다. ‘왜 멋대로 시간을 정해서 피터사간 선수를 만나려 했던 걸까요?’, ‘왜 당장의 과제를 만들어서 그 생각의 우물 속에 빠져서 그것만 보려하는 것일까요?’ 생각은 곧 행동과 표정 하나하나에 연결됩니다. 잘 되거나, 떠오르지 않으면 얼굴을 찡그리고, 울상을 짓지요. 정작 왜 빨리 가냐고 물어보면 자신 있게 대답했던 적은 드물었습니다. 오히려 불안해 보였지요. 그 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속력에 대한 의문 대신에 제 삶의 방향성에 대해 의문을 하나씩 던져보기 시작했지요. 제가 원하는 것은 목표를 이루는 것이지, 빨리 이루는 것과는 별개였으니까요.

 #3. 앞이 아닌 바닥을 보는 미학.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까지 17년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얼굴 찌푸리고 울상 짓는 건 제 취미와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소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더라도 웃음을 취미로 가지고, 무엇보다도 전북대학교의 산책 왕의 되렵니다.

  / 글 = 청년 모험가 신지휴
 

 ※청년 모험가 신지휴씨의 글은 격주 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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