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천사와의 만남
꼬마천사와의 만남
  • 이숙이
  • 승인 2017.10.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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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단 오르내리는 일이 무릎의 연골을 닳게 하는 주범이라는 걸 연골이 다 닳고 이식수술을 받고서야 깨달았습니다. 제 무릎을 수술해 준 원장님은 “계단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캠페인은 금지해야 합니다.”라며 계단 운동에 분노하기도 하셨습니다.

50세 이상이 된 우리 전북도민일보 애독자 여러분! 우리 연배에 계단 운동은 득보다는 실이 더 크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그래도 무릎 수술 덕분에 알게 된 꼬마 천사와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펜을 들었습니다.

지난 오월, 저는 무릎에 연골 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제 옆구리에서 연골을 떼어내 무릎에 이식하는 수술로 장장 2개월을 입원하는 데다가 입원 기간에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엄청난 고통을 겪었습니다.

퇴원 후에도 한참을 재활에 매진해야 했고, 바퀴가 달린 ‘워커’라는 기구를 끌면서 매일 아파트 주변을 돌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워커에 의지해 재활을 하고 있는데 동그란 눈에 긴 머리를 나풀거리는 한 소녀를 만났습니다.

 “큰 꿈 열리는 꿈나무 될래요”라는 멋진 글귀가 인쇄된 빨간 티셔츠를 입은 그 소녀는, 워커에 의지해 있는 저를 보란 듯이 킥보드를 왼발로 힘차게 구르며 제 주위를 맴돌고 있었습니다. 꼬마소녀에게 이름을 물었습니다.

 “이름이 뭐예요?”

 “지율이요, 허지율.”

 “이름 참 예쁘다. 동생도 있어요?”

 “아니요! 오빠가 한 명 있어요. 똑같은 1학년인데 달라요. 중학교 1학년이거든요!”

 “지율이 엄마는 참 좋으시겠다. 너처럼 예쁜 딸이 있어서....”

 “아주머니 지금이라도 낳으세요!”

 “아이고. 아줌마는 나이가 많아서 못 낳아.”

 “그래요. 아기 낳기가 힘들죠?”

 번개같이 킥보드를 슝 타고 저만치 화단으로 가 풀섶을 이리저리 헤쳐보고 있습니다.

 꽃밭을 쳐다보고 있던 지율이에게 다가갔더니 흠칫 놀라며,

 “아주머니 언제 이렇게 많이 왔어요?”

 “거봐 거북이도 이길 수 있어!”하면서

 정말로 경주에 진 토끼마냥 당황하고 실망한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요.

 지율이는 민들레 꽃잎을 따고 씨앗을 입으로 후후 불면서 “어떤 할머니가 꽃 꺾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할머니도 어렸을 때 나처럼 이렇게 놀았으면서! 꽃씨가 날아가면 더 많이 꽃이 필 텐데...”라고 혼잣말을 합니다.

 피곤해 져서 지율이에게 큰 소리로 “지율아 또 보자 잘 가, 안녕!”이라고 했더니 지율이도 “아줌마 안녕히 가세요”대답을 듣고, 워커를 밀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아파트 현관 입구에 거의 닿을 무렵, 부드럽고 따스한 무언가가 뒤에서 제 허리를 포금하게 감쌌습니다.

 깜짝 놀라 뒤를 보니 지율이가 어느새 제 뒤로 소리없이 다가와 허리를 안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지율이는 제게 “아주머니 빨리 나으세요! 빨리 낫게 해달라고 내가 기도해줄게요!”라고 말하더니 킥보드를 타고 저 멀리 빠르게 사라져버립니다.

 어린 아이 눈에 다리를 절뚝거리며 딸도 없이 사는 이 아주머니가 안쓰럽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던가 봅니다. 그냥 보낼 수 없었는지 한참을 따라와서 포옹까지 해주고 간 어린 천사, 지율이....

 그 예쁜 마음 가지고 무럭무럭 자라서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으로 자라거라. 지율이가 입고 있던 티셔츠의 글귀처럼 큰 꿈 열리는 꿈나무로 자라길 빈다. 지율아, 고마워! 아파트 뒷동 아줌마가.


이숙이 전주시 애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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