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 배가 고프다
우리는 아직 배가 고프다
  • 송승현
  • 승인 2017.10.30 1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월드컵 본선 첫 승과 16강 진출이 목표였던 우리나라는 본선 첫 승은 물론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나라는 온통 축제장이 되었고 들떠 있는 선수들과 언론에 당시 히딩크 감독은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라는 유명한 말로 더욱 앞으로 나갈 것을 독려했다.

  다시 한 번 기적을 쓰기 원했던 우리나라는 16강전에서 우승후보 이탈리아를 만났다. 경기는 매우 치열했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거친 파울을 남발했고 우리 선수들은 부상이 속출했다. 우리 선수들은 상대팀에 밀리지 않으려 애썼고 상대 선수에 맞아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도 붕대 투혼을 보이며 뛰었다. 

  먼저 한 골을 먹어 패색이 짙던 종료 직전인 후반 43분, 설기현의 골로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전으로 접어들어 체력이 바닥나 걷기조차 어려워 보였지만 우리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한 번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연장 종료 3분을 남겨놓고 이영표가 올린 크로스를 안정환이 헤딩으로 이탈리아의 골망을 갈랐다. 117분간의 혈투는 그렇게 우리나라의 극적인 승리로 끝났다. 선수들과 하나 되어 응원했던 국민이 모두 진한 전율과 함께 감동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역사를 보면 극적인 축구경기만큼이나 참으로 놀랍다. 광복 후 70여 년이 지난 지금,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선진국이라 할만하다. 4·19혁명과 5·18 민주화 운동을 거치며 많은 이들의 피로 이룬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2016년에 와서 정점을 찍었다. 매일 수만에서 수십만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고 이 촛불집회는 대통령 탄핵과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끌어냈다. 이는 민주주의의 본고장인 유럽이나 미국에서조차 한국이 보여준 민주주의에 대해 놀라워하고 찬사를 보냈다.

  지금 우리 국민은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참여하며 시민의식이 높다. 그러나 아직도 선거 때는 금품·음식물 등 기부행위나 허위사실 유포 등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는 선거에 출마하려는 일부 정치인들이 어떻게 해서든 당선되고 보자는 생각으로 불법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 6월 13일에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4년마다 개최되는 월드컵 기간과 겹치다 보니 자칫 월드컵에 마음을 뺏겨 우리 지역의 일꾼을 뽑는 데 무관심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국민은 정치에 대한 관심과 시민의식이 높기 때문에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우리는 좀 더 개선되어야 할 게 있다. 선거에 출마하려는 정치인은 불법 선거운동보다는 주민을 위한 정책과 소신으로 승부하고, 유권자는 투표할 때 특정 정당이나 특정지역 출신보다는 인물과 정책을 보고 선택을 하자. 그리고 선거가 끝나도 뽑힌 일꾼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을 갖자. 국민이 나라의 온전한 주인이 되기까지 우리는 아직 배가 고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