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민한당
안철수와 민한당
  • 이정덕
  • 승인 2017.10.2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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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에피소드를 보면서 안철수가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민주당이 민한당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2016년 초 안철수는 김대중 대통령의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란 정신을 이어받아 “국민의당이 강력한 제1야당이 되면 1985년 신민당이 무능한 민한당을 제치고 군부독재를 끝냈듯이 한국 정치의 혁명적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민한당처럼 사라지고 국민의당이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뜻이다.

  2016년 지금과 똑같은 제목의 칼럼에서 썼는데 걱정한 대로 안철수는 그동안 민한당의 길을 가고 있다. 철저히 적폐를 청산하여 국민들이 원하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신민당의 길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밝히고 이를 고치는 데 집중하기보다, 극중주의라는 말 등으로 자꾸 중도노선만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 민한당이 망한 것은 독재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청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타협적으로 지내면서 민주주의의 편에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극중주의, 중도주의, 탈햇볕정책, 보수당인 바른정당과의 통합 발언 등으로 선명한 적폐청산의 편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다.

  내용이 불분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안철수의 새정치라는 말은 국민의 개혁적 열망을 어느 정도 담아내서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그동안 드러난 정치적인 행동과 노선으로 이제 안철수가 새정치를 주장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미 기성정치인의 하나가 되었다. 그렇다면 보다 선명한 노선과 정책으로라도 지지를 모을 수 있어야 하는데, 촛불국면에서나, 극중주의나, 햇볕정책에 있어서나, 바른정당과 통합에서처럼,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전에 썼던 <안철수와 민한당>이라는 칼럼에서 필자는 “따라서 안철수 의원이 해야 할 일은. 나라가 어떻게 왜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나라를 만들 것인지, 어떻게 한국의 민주주의를 회복할 것인지를 제시하여 국민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국민의당이 신민당이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민한당이 될 것이다.”라고 썼다.

  안철수는 나라가 어떻게 왜 잘못되었는지 설득력 있게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어떻게 개혁하여야 국민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만들 수 있는지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가 바른정당과의 통합하려 했던 에피소드는 안철수의 이러한 무능력을 잘 드러내고 있다. 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하나가 되어야 하는지를 국민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더구나 안철수의 통합대상인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같은 안보 상황에서 과거 햇볕정책을 버리고 강한 안보를 지지하겠다고 하면, 또한 특정 지역에만 기대는 지역주의를 과감히 떨쳐내겠다고 한다면 그런 분들과 통합 논의를 못 할 이유가 없다.” 안철수가 햇볕정책을 버리고 대북강경노선으로 가겠다는 것인가? 호남의 저항적 지역주의는 비판하면서 경북의 지역패권주의에 편승하겠다는 것인가? 유승민은 과거 정의구현사제단의 박창신 신부가 전주시국미사에서 한미 군사훈련 때문에 연평도 포격이 발생했다는 취지로 말하자 “가톨릭계에서 종북신부들을 척결하는 자정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창신 신부가 정말 북한을 추종하는 사람일까? 안철수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안철수가 중간에서 갈팡질팡하며 민한당의 길로 빠져들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이정덕<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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