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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벌써 ‘일 년’
안호영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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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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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벌써 해가 솟았나 창문 밖이 환하게 밝았네’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그룹 ‘산울림’의 유행가를 기억한다. 당시 대중들은 “뭐 이런 노래가 있어?”부터 획기적이라는 사람까지 참으로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1977년 10월 그들의 1집 앨범이 나왔을 때, 유신의 권력 안에 대중가요마저 동토의 땅 아래 묻혀 있었던 상황에서 뭔가 순수하면서도 청량제 같았던 느낌의 노래가 대중을 매료시켰다. 순응적인 태도를 강요했던 유신정권은 ‘심의’라는 이름으로 원래의 가사를 고치도록 종용했고 다 반대로 해서 결국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산울림의 데뷔 앨범은 이례적인 대성공을 거뒀다. 유신의 어두운 시대에 사람들은 긴 어둠이 끝나고 어서 동이 터서 창문 밖이 환하게 밝아오기를 고대했기에 이 노래의 가사를 오히려 곱씹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벌써’라는 단어가 당시 상황을 꿈같이 반전시킬 수 있는 느낌의 시간적 언어로 사용됐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벌써’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이미 오래전에’라는 의미를 담은 부사다. 쉽게 말해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느새 기간이 많이 지났음을 의미한다. 특히 ‘아니’라는 말이 앞에 붙어서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라는 의미를 강조한다. 어두운 시대 우리는 창문 밖이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에’ 환하게 밝기를 소망했던 것 같다.

 곡이 세상에 빛을 본지 40년이 지난 요즘 대화를 하다 보면 ‘아니 벌써’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물론 “촛불집회가 일 년 됐네”라는 말을 한 뒤에 따라붙는 말이다. 그런데 백이면 아흔아홉은 “벌써 일 년이나 됐어?”라고 반문한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느끼는 시간이 주마등처럼 흘러갔고, 곧 많은 이들의 숙원과 고민이 녹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첫 번째 촛불집회가 경찰에 신고한 인원이 2천 명이었다. 그런데 어린 학생, 친구, 연인, 가족에 평생 처음 집회에 참석한다는 노인까지 정치적 색깔 없이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대거 참석했다. 당시 언론은 예상보다 많은 인원에 ‘대규모 집회’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연인원 1,685만 명의 시작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 분명하다.

 산울림의 노래가 그러했듯 촛불혁명의 자리도 순수했다. 오히려 정제됐고 차분했다. 23차례에 걸친 집회는 폭력이나 사고 없이 평화롭게 진행됐다. 일부 참석자가 경찰 버스에 오르고 경찰에 달려들면 오히려 다른 참석자들이 ‘비폭력’, ‘평화시위’를 연호하며 이들을 말렸다. 민주주의 정점이 어떤 모습인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세계에 보여줬다.

 그 힘으로 국정농단세력을 심판하고 대통령을 탄핵했다.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서 정권을 교체했다. 하지만, 그때 ‘목숨 걸고’ 나왔던 사람들은 세상의 일과 속 시계로 돌아갔다.

 자기 몸보다, 자기 한목숨보다 소중한 게 어디 있겠나. 그러나 우리는 불과 일 년 전 자신에게 가해질 불이익과 누릴 수 있는 편안함을 포기하고 차디찬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었다. 영웅이 되기 위해서라 아니라 값없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였고, 순수한 진실과 정의의 양심이 부르는 곳으로 향했다. 벌써 일 년이 지났지만, 그날의 선택은 옳았다. 시간을 빠르게 지났지만 우리는 다시 그날을 기억하는 행사를 전국 각지에서 마련했다.

 거리에 켜진 시민의 촛불은 ‘밝은 날을 기다리는 부푼 마음 가득한’ 시민의 마음이다. 그리고 성숙한 시민의 힘으로 오늘을 딛고 내일을 설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안호영<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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