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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위기와 안중근 의사
국방호 전주영생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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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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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안위 노심초사(國家安危 勞心焦思), 이는 이순신 장군이 위기에 처한 나라를 걱정하며 휘호로 남긴 데에서 비롯되었지만 1910년 3월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다시 씀으로써 더욱 널리 알려졌다. 돌이켜보면 당파싸움에 빠져있던 선조 시기와 민비가 시해되고 국가 패망이 풍전등화 같았던 조선말기 상황은 어쩌면 강대국의 이권다툼에서 남북이 전쟁의 일촉즉발 상황에 있는 현실과 별 다르지 않다.

  이와 같은 난국에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육자로서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순국하신 선열의 모습을 찾고자 했다. 특히 지난 9월 23일 순창에서 개최된 안중근배 여성테니스 대회에서 안중근 기념사업회 이진학 이사장을 만나 교육과 독립운동에 헌신하신 안의사의 얘기를 들으면서 옥살이를 하시다가 사형을 당한 중국의 대련 부근 뤼순(旅順)감옥을 방문하기로 했다.

  일주일 전에 벌초를 겸해 성묘를 마치고 자손들에게도 민족의식을 심어주어야겠다는 각오로 아들과 손자 등 가족들을 동행시켰다. 인천공항이 긴 연휴를 이용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로 북적이며 줄을 길게 서야했지만 몇 년 전 직원들과 ‘안중근 의사’를 주제로 한 뮤지컬 ‘영웅’을 보았던 기억을 되살리며 순간 나라를 잃고 헤매던 민족들이 해외로 떠나는 장면이 연상되어 지루한 줄 모르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전주에서 인천까지 세 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한 시간 만에 이국땅 다롄에 도착한다니... 자유여행의 묘미를 살리며 여유 있게 보기 위해 택시를 왕복으로 계약했다. 호텔에서 뤼순은 택시로 한 시간 걸렸다. 이곳이 독립운동이 있었던 곳이라고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고층건물로 가득했지만 “낮에는 숲속에 숨어 지내고 밤에만 행군을 했는데 장마가 시작되고 막 전진할 무렵 갑자기 우박이 쏟아지듯 총탄이 마구 날아들었다”‘안중근 그날 춤을 추리라 II, 19/ (송원희) 가 눈앞에 아른거려 탄알을 피하려는 듯 몸이 움츠려들었다.

  뤼순감옥 정문에 내리자 ‘旅順日俄監獄舊址(여순일아감옥구지)’ 간판이 선명하게 보였다. 순간 1899년 제정러시아가 뤼순과 다롄지방의 철도부설권을 갖고 청나라를 압박하며 저항하는 중국인들을 체포구금 『안중근, 하얼빈의11일, 241』 (원재훈 저) 했던 내용도 생각났다. 32살의 나이로 처형될 때까지 144일을 머물렀던 곳, 1, 2층 전시현장을 보면서 이회영, 신채호 선생과 최흥식, 유상근열사의 자료도 보았다.

  웃음을 빼앗겨버린 감옥이라는 사실보다 훨씬 더 음산하고 비극적인 고통의 잔해들을 지나 드디어 안의사가 수용되었던 방에 도착했다. 안내문에는 영어와 우리말 중국어로 “일본의 국사범으로 분류되어 간수부장 당직실 옆 감방에 단독으로 구금되었다”라고 쓰여 있었다. 죄수로서 힘든 노동을 감내해야 했던 것은 어느 정도 짐작하지만 그들이 입었던 옷이나 도피를 막기 위해 강제로 착용했던 수족의 걸쇠들은 고통의 참상이 찌릇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마지막 전시실인 사형집행소를 보는 순간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마루바닥에 난 구멍에서 교수형에 처해지면 바로 밑의 나무통 속으로 떨어져 숨이 멈추면 통째로 매장하였는데 거의 실물에 가까운 모습을 그대로 비치하였다. 아직도 안의사의 시신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중일 갑오전쟁 후 중조인민의 제국주의 침략을 반대하는 투쟁은 본 세기 초 안중근이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라는 중국 총리 주은래(周恩來)의 글은 우리 독립투사들이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확산을 막는 데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를 여실히 증명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조국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니 무의식적으로 ‘선구자’ 노래를 읊조린다.

 국방호(전주영생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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